SBS TV 인기 대하사극 ‘왕과 나’(유동윤 극본, 김재형 손재성 연출)에도 어김없이 ‘예정된 논란’이 등장하고 있다. 적당한 논란은 곧 관심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논란에 대처하는 자세에는 아쉬운 부분도 있다. 4일 방송된 ‘왕과 나’의 4회분에서는 예종 독살설이 논란거리를 제공했다. 세도가에 맞서 개혁정치를 펼치던 젊은 예종(유민호 분)이 상징적으로 내시부 개혁을 강행했고 그 과정에서 내시부 수장 조치겸(전광렬 분)과 갈등을 일으키게 된다. 혼인 금지령을 반포하는 왕명에 항거해 철회를 주장하던 조치겸은 왕의 진노를 사 결국 관직을 삭탈 당한다. 젊은 왕의 눈밖에 나는 것은 곧 조치겸의 평생 재기불가를 의미하고 위협을 느낀 조치겸이 비전에 적힌 독약을 제조해 왕을 살해한다는 내용이다.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은 즉각 ‘왜곡’을 주장하고 나섰다. 예종이 병약해 요절하기는 했지만 독살설은 근거가 부족하다는 주장들이다. 그런데 이런 논란은 대하사극이 나올 때마다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왜곡을 주장하는 이들도 전처럼 강한 목소리들은 아니다. ‘극적 장치로 재해석된 부분은 알지만 실제 역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우쳐 주려는 수준에 머무는 듯한 인상이다. 실제 대하사극의 제작자들은 역사와 ‘팩션’ 사이에서 무척 갈등하고 있다. 한때의 대하사극은 역사에 상당히 충실했다. 그러나 지금은 역사만으로는 시청자들을 감동시킬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퓨전사극의 등장이 시청자들의 입맛을 바꿔 놓았다. ‘왕과 나’의 김재형 PD도 드라마 방송 전부터 강조한 점이 있다. 바로 지독한 사랑이다. 이 드라마의 모토도 ‘모든 것은 사랑에서 비롯되었다’이다. ‘사랑’은 인류 역사를 이루는 근간이지만 유교적 사고방식에 입각한 역사에는 기록될 수 없는 감성이었다. 결국 역사에서 ‘사랑’을 끄집어내기 위해서는 팩션이 가미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대표적으로 내시 김처선의 설정부터가 사실과 다르다. 김처선은 조선 5대 문종부터 10대 연산군까지 여섯 왕을 모셨던 내관이다. ‘왕과 나’에서는 예종을 다루고 있으니 역사에 의하면 김처선은 벌써부터 내시가 되어 궁궐에 있어야 하지만 드라마는 그렇지 않다. 이를 두고 드라마 제작사 고위 관계자는 “작가와 더불어 충분히 고민했던 부분이다. 그러나 김처선이라는 내시의 한 여인을 향한 극한 사랑을 그리기 위해서는 사실과 다른 설정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왕과 나’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도 있다. ‘대하사극’이라는 장르에 대한 시청자들의 인식이다. 적어도 대하사극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들의 자취를 되밟아 보는 드라마라는 인식이 깊다. 사실을 바탕으로 하기는 했지만 극적 효과를 위해 재구성된 스토리라는 내용을 드라마 게시판 등을 통해 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어떤 방식으로든 올바른 역사는 알리는 게 맞다. 그래야만 소모적인 왜곡 논란도 방지할 수 있다. 100c@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