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적토마’ 이병규(33·주니치)가 살아나기 시작한 장타력으로 승부해야 한다. 이병규는 지난 4일 요미우리와의 나고야돔 홈경기에서 5회말 1사 만루에서 상대투수 다카하시 히사노리의 2구째 몸쪽 낮은 직구를 특유의 허리빼기 타법으로 통타, 역전 결승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시즌 7호 홈런이자 한국인 선수로는 첫 일본 프로야구 만루홈런이 작렬되는 순간이었다. 홈런 비거리는 125m로 올 시즌 이병규가 친 홈런 가운데 가장 길었다. 국내에서 활약하던 10시즌을 통틀면 개인통산 3번째 그랜드슬램. 새삼 주목되는 것은 이병규의 장타 생산 능력이다. 한국도 그렇지만 일본도 장타력을 갖춘 외국인 타자를 선호한다. 가공할 만한 안타 생산 능력이 아니라면 일정한 장타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이병규의 전임자였던 알렉스 오초아(히로시마)의 경우에도 주니치에서 3년간 54홈런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해 떨어지는 타격 기록과 수비력 미흡 때문에 지난 시즌을 끝으로 재계약에 실패했고 그 자리를 이병규가 꿰찼다. 주니치는 이병규를 영입할 때부터 그에게 호타준족의 모습을 기대했다. LG에서 10년간 이병규가 기록한 장타율은 4할6푼7리로 매우 준수한 편이었다. 10년 간 이병규의 장타율이 4할 아래로 떨어진 적은 단 한 시즌도 없었다. 홈런도 데뷔 첫 2년과 마지막 2년을 제외한 나머지 6년간 두 자릿수를 기본적으로 찍어냈다. 홈런의 경우에는 이병규가 국내에서 규모가 가장 큰 잠실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했다는 것도 감안해야 할 대목이었다. 그러나 LG에서 마지막 시즌이 된 지난해 이병규는 홈런(7개)과 장타율(0.406)이 데뷔 후 가장 적고 또 낮았으며 이는 일본무대에서 성공 불확실 요인으로 지목됐다. 예상대로 일본 첫 해부터 이병규는 7개라는 비교적 적은 홈런 숫자에다 장타율도 3할7푼이라는 아쉬운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시즌 개막 후 15경기에서 이병규는 클린업 트리오인 5번 타순에 기용됐지만 이 기간 동안 장타는 홈런 하나와 2루타 2개, 불과 3개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4일 경기에서 인상적인 만루포로 이병규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게 됐다. 올 시즌 일본진출 첫 해부터 특유의 콘택트 능력마저 벽에 부딪치고 있는 이병규에게 장타력까지 기대하는 것은 오히려 욕심일 수 있다. 하지만 ‘간판타자’ 후쿠도메 고스케가 시즌 후 FA가 되어 어떤 식으로든 팀을 떠날 것이 확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이병규의 장타력 회복은 올 시즌은 물론 내년 시즌 주전자리 보전을 위해서라도 중요한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