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고 분해도 이젠 어쩔 수 없다. 한국 남자 핸드볼이 결국 AHF(아시아핸드볼연맹) 회장국 쿠웨이트에 아시아에 배정된 2008 베이징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내주고 말았다. 물론 한국에게 아주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아시아 예선서 2위를 확보할 경우 내년 5월 IFA(국제핸드볼연맹)가 주최하는 최종예선에 출전할 자격이 주어진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국은 지난 1일 열린 대회 첫 경기서 쿠웨이트에 20-28로 석패했다. 같은 중동국 요르단 심판들의 이해할 수 없는 '밀어주기식' 편파 판정은 진정한 실력을 가려버렸다. 뒤늦게 AHF가 당초 IHF가 배정한 독일인 심판진을 요르단 심판들로 바꿔버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국내외 핸드볼인들의 분노를 샀다. 허나 딱히 도리가 없었다. 대사관앞 시위도, 집회도 했지만 결과를 뒤바꿀 순 없었다. 회장국 쿠웨이트만이 가질 수 있는 프리미엄이었다. AHF와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 회장으로 수십 년 간 군림해온 쿠웨이트 왕세자 알파하드 알사바에게 스포츠 룰도, 페어플레이 정신도 존재하지 않았다. 대한체육회도 김정길 회장 명의로 OCA에 항의서한을 보냈지만 '편파 판정은 없었다'는 오리발과 함께 가타부타 속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분노한 한국은 3일 카타르를 35-14로 대파한 데 이어 5일 열린 UAE(아랍에미리트연합)와 3차전에서 35-25 완승을 거뒀다. 1패 뒤 거둔 값진 2연승이었다. 카타르전에선 독일인 심판진이 배정됐지만 UAE전에선 이란인 심판진이 나섰다. 다행히 우려한 편파 판정의 사태는 없었다. 쿠웨이트가 일본과 이란을 연이어 제압했기 때문이란 게 서글픈 분석이다. 여하튼 쿠웨이트는 배후 세력의 든든한 지원 속에 3연승을 내달려 승자승 원칙에 따라 남은 한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우승을 일찌감치 확정했다. 올림픽 본선 직행 티켓도 역시 그들의 몫이었다. 막대한 자금력과 권력을 앞세운 쿠웨이트 핸드볼. 그들의 추악한 힘이 2008 베이징올림픽 본선에서도 정말통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