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시즌 전 지적된 한화의 약점은 고령화된 마운드였다. ‘최고령 현역선수’ 송진우(41)를 비롯해 구대성(38)·문동환(35)·정민철(35) 등 베테랑들이 선발진과 불펜의 중심을 형성하고 있었다. 예상대로 고령의 마운드는 시즌 벽두부터 한화를 괴롭혔다. 송진우는 팔꿈치 부상으로 일찌감치 전력에서 제외됐고 구대성도 개막전 왼쪽 무릎 부상으로 한 달 넘게 공백기를 가졌다. 문동환마저 6월 이후 허리 디스크 및 고관절 부상으로 전반기 막판과 후반기를 건너뛰었다. 정민철만이 유일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지켰을 뿐이었다. 하지만 ‘베테랑의 계절’ 가을이 성큼 다가오면서 독수리 베테랑들의 관록과 노련미가 다시 한 번 빛을 발할 조짐이다. ▲ 송진우, 좌완 스페셜리스트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등판하지 못한 송진우는 전지훈련 막판 통증이 재발하며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4월말에는 통증 완화를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 윤활주사를 3차례나 맞으며 복귀를 위해 애썼다. 5월 26일 대전 두산전에서 시즌 첫 등판을 가진 송진우는 그러나 한 달 만에 다시 허벅지 통증으로 2군에 내려가는 등 갖은 부상에 따른 구위 저하로 예년 만한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올 시즌 성적도 31경기에서 승 없이 2패 1세이브 6홀드 방어율 5.09에 불과하다. 하지만 8월 이후 11경기에서 6⅓이닝 동안 1실점만 허용하며 방어율 1.42로 호투하고 있다. 불펜에 왼손 투수가 전무한 한화에서 송진우는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지난 2일 잠실 LG전에서는 1⅔이닝 동안 탈삼진을 3개나 잡아내 구위 회복까지 알렸다. ▲ 구대성, 가을의 특급마무리 구대성은 가을에 야구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특급 마무리 투수다. 1999년 한국시리즈에서는 5경기에서 9⅓이닝을 던져 1승 1패 3세이브 방어율 0.93이라는 가공할 만한 피칭으로 시리즈 MVP에 오른 기억이 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도 9경기에서 1승 1패 3세이브 방어율 0.91이라는 철벽투를 자랑했다. 올 시즌 구대성은 무릎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 구위가 많이 떨어진 기색이 역력하다. 36경기에서 1승 6패 21세이브 방어율 3.68을 기록하고 있다. 블론세이브도 4개. 구대성이라는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표일지 모르나 그래도 구대성 때문에 한화가 이긴 경기가 더 많았다. 터프세이브 3개 포함해 1점차 상황에서 건진 세이브가 6개나 된다. 무엇보다 가을에 어떻게 상대를 요리할지 누구보다 잘 아는 투수가 구대성이며 그에게 페넌트레이스 성적은 그저 참고용일 뿐이다. ▲ 정민철, 명실상부한 에이스 기교파 투수로 제2의 전성시대를 맞이한 정민철은 올 시즌 한화 마운드를 이끌어온 실질적인 중심축이다. 류현진이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한때나마 잠시 슬럼프를 겪은 것과 대조적으로 정민철은 시즌 내내 특별한 오르막과 내리막 없이 꾸준함이라는 최고의 덕목을 유지했다. 올 시즌 성적도 23경기 11승5패 방어율 3.05. 경기당 평균 6.03이닝을 던졌다는 점은 승수와 방어율만큼이나 고무적으로 느껴진다. 게다가 기교파 투수답게 볼넷이 극히 적었다. 9이닝당 볼넷이 겨우 1.49개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가장 적다. 그만큼 효과적으로 피칭을 한 것이다. 우천으로 순연돼 시즌 막판에 집중적으로 배치된 경기를 류현진과 함께 원투펀치를 이뤄 극복해내야 한다. 물론 가을잔치에 대한 기대도 크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3경기에서 선발 등판한 정민철의 방어율은 2.57이었다. ▲ 문동환, 돌아온 전천후투수 부상만 아니었더라면 문동환은 이미 두 자릿수 승리는 너끈히 채웠을 것이다. 특히 부상으로 낙마하기 전까지 경기당 평균 6.78이닝을 소화한 이닝이터였다는 점에서 문동환의 이탈은 한화에게 액면 이상의 치명상이었다. 2일 잠실 LG전에서 3개월 만의 복귀 등판을 가진 문동환은 당분간 불펜에서 활약할 전망. 아직 컨디션이 정상이 아닌 것도 한 요인이지만 가을잔치를 대비한 포석으로도 비쳐지고 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문동환은 불펜에서 요긴한 활약을 했다. 당시 불펜 등판 방어율이 1.46이었다. 긴 호흡으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선발투수로는 물론 상황에 따라 불펜에서 짧은 호흡으로 효과적으로도 투구할 수 있는 투수가 바로 문동환이다. 한화의 우천 순연 경기가 유난히 많은 만큼 문동환은 선발투수로 등판도 준비해야 할 입장이다. 송진우-구대성-정민철-문동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