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세인트피터스버그, 김형태 특파원] 1조 6720 억원(미화 17억 6000만 달러). 지난해 정규 시즌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이 확보한 입장권 수익이다. 팀당 557억 원을 넘어선다. 야구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닌 '산업'으로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메이저리그 경기 입장권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2가지다. 각 구장 매표소에서 직접 구입하거나 MLB.com 등 온라인을 통해 예약할 수 있다. 티켓 구입 방법 가운데는 또 다른 '루트'가 있다. 암표를 포함한 이른바 '2차 시장'이 그것이다. 미국 프로스포츠의 2차 시장은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온라인을 통해 손쉽게 구매자를 찾을 수 있는 요즘은 2차 시장의 규모가 1차 시장에 못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와 있다. 비록 공식 집계되지 않는 까닭에 정확한 숫자는 산출되지 않지만 한 장의 티켓으로 얻는 부가가치가 어마어마한 수준이란 점을 짐작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야구의 경우 2차 시장의 크기는 미국 프로스포츠 가운데 가장 크다. 팀당 162경기라는 장기 레이스를 치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언제든지 간편하게 티켓을 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확립돼 있다는 게 더 설득력을 얻는다. 일예로 지난달 30일(한국시간)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스의 라이벌전의 경우 한 온라인 사이트에서만 티켓 9216장이 재판매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당일 전체 티켓 판매분의 16%에 달한다. 다른 경로로 재판매된 티켓을 합할 경우 전체 관중의 상당수가 2차 시장을 통해 경기 티켓을 구입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서 파생된다. 2차 시장에서 얻어지는 수익은 리그 및 구단과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티켓을 팔아 돈을 벌어들이는 리그 입장에선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꼴이다. 이런 사정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는 메이저리그가 마침내 대책을 발표했다. 그것은 원천적으로 봉쇄가 불가능한 2차 시장 '초토화' 작전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의 전략을 택했다. 메이저리그의 뉴미디어 전략 창구인 MLBAM은 최근 온라인 2차 시장의 대표 사이트인 '스텁헙(StubHub)과 공식 파트너 계약을 맺었다. 스텁헙은 세계 최대 온라인 경매 사이트인 이베이(eBay)의 자회사다. 밥 보우맨 MLBAM 사장은 "스텁헙과의 협력 체계 구축으로 팬들에게 보다 다양한 티켓 구입 수단을 제공하게 됐다"고 밝혔지만 속내는 '더 이상 남의 떡을 가로채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계약으로 MLB의 '신임'을 받게 된 스텁헙은 2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게 됐다. 라이센스 사용료를 받아 돈을 더 벌 수 있게 된 메이저리그도 손해볼 게 없다. 누이 좋고 매부도 싫어할 이유가 없다 일각에선 거대 산업으로 변모한 메이저리그 시장이 한계점에 도달한 게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한정된 수의 소에서 젖을 짜낼 만큼 짜냈다는 평가가 서서히 고개를 내밀고 있다. 정해진 시장에서 돈을 벌 만큼 벌었다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내는 수밖에 없다. 블루오션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소젖을 받아 판매하는 것으로 만족했던 '축산농가' 메이저리그는 우유 재판매 시장에 뛰어든 '유통회사'가 됐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