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괴물’ 류현진(20·한화)은 지난 7일 KIA와의 대전 홈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6피안타 1볼넷 2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14승을 챙겼다. 하지만 경기 후 한화 김인식 감독의 류현진에 대한 평가는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였다. 그럼에도 류현진이 7회까지 KIA 타선을 단 2점으로 틀어막았기에 한화는 4-2로 짜릿한 역전승을 할 수 있었으며 보다 효과적으로 불펜을 운용할 수 있었다. 최근 류현진의 컨디션은 최절정이었다. 이날 경기 등판 전까지 최근 5경기에서 40이닝을 던지며 3승 방어율 1.13 WHIP 1.03 피안타율 2할1푼이라는 가공할 만한 위력투를 과시했다. 그 중에는 2경기 연속 완투승이 포함돼 있었으며 연장전으로 가는 바람에 완봉이 되지 않았지만 9이닝 무실점의 사실상 완봉 경기도 있었다. 특히 바로 전 등판이었던 8월 31일 잠실 LG전에서는 프로 데뷔 후 가장 빠른 시속 154km를 기록할 정도로 구위가 물 올라 있었다. 그러나 7일 KIA전에서 류현진의 최고구속은 시속 146km에 그쳤다. 이날 대부분 시속 140km 내외에서 볼 스피드가 형성됐다. 경기 초반에는 직구 컨트롤에도 애를 먹었으며 공이 KIA 타자들의 방망이에 정타로 맞아나가 위기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게다가 3회까지 투구수가 51개일 정도로 경제적인 피칭마저 되지 않았다. 1, 3회 1점씩 얻으며 리드를 잡은 KIA가 오랜만에 대어를 잡으며 2위 자리까지 노리고 있는 한화에 고춧가루를 뿌리는가 싶었다. 하지만 괜히 괴물이 아니었다. 구위가 다소 떨어졌고 주심의 스트라이크존이 유난히 까다로웠던 만큼 삼진을 잡기보다 범타를 유도하는 피칭으로 패턴을 달리한 4회부터 류현진은 뒤늦게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체인지업으로 땅볼을 유도하며 병살타를 이끌어내는 등 효과적인 피칭이 이뤄지자 투구수도 덩달아 줄어들었다. 4회부터 7회까지 투구수는 불과 43개밖에 되지 않았다. 몸이 풀린 6회부터는 다시 특유의 과감한 정면승부로 탈삼진을 3개나 잡아내며 KIA 타자들을 농락했다. 투수는 컨디션이 좋은 않아도 꾸역꾸역 이닝을 먹어줄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수준급 제구력과 효과적인 경기운영능력은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 투수가 마운드에서 버틸 수 있는 원천이다. 이제 겨우 프로 2년차의 ‘약관’ 류현진이지만 수준급 제구력에다 경기 운영 능력마저 웬만한 베테랑 투수들을 능가하는 수준이 되어버렸다. 과연 괴물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