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타격왕 경쟁이 다시 혼전으로 돌입했다. KIA 이현곤(27)의 생애 첫 타격왕 등극으로 막을 내릴 것으로 보였던 프로야구 타격왕 경쟁이 4파전으로 양상을 달리했다. 김동주(두산·31) 이대호(롯데·25) 정근우(SK·25)가 막판에 다시 경쟁자로 뛰어오른 것이다. 이현곤이 3할3푼7리의 타율로 아직 수위타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김동주(0.335)·이대호(0.331)·정근우(0.330)가 나란히 2~4위에 랭크되며 이현곤을 바짝 추격 중이다. ▲ 이현곤, 타이틀 지키기 최하위로 처진 KIA의 유일한 낙은 이현곤의 타격 및 최다안타 타이틀 질주다. 시즌 초반부터 1위를 지켜온 최다안타(137개) 타이틀은 수성이 유력하다. 그러나 타격이 문제다. 8월에만 3할5푼6리의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타격 타이틀 독주 체제를 굳히는 듯했으나 최근 10경기에서 29타수 7안타, 타율 2할4푼1리로 잠시 내리막을 탔던 것이 경쟁자들에 추격을 허용하는 화근이 됐다. 타격 타이틀에 대한 욕심으로 조바심이 생기자 밸런스가 약간 흐트러졌다는 분석. 하지만 동계훈련과 전지훈련을 충실히 소화한 만큼 아직 체력적으로 큰 문제가 없을뿐 더러 지난 7일 대전 한화전에서 3안타를 몰아치며 타격 감각 회복을 알린 것이 긍정적이다. ▲ 김동주, 꾸준한 추격 올 시즌이 끝나면 자유의 몸이 되는 김동주는 그 어느 때보다 동기부여가 투철하다. 팀 성적도 중요하지만 당장 자신의 성적과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름값에 비해 상복이 유난히도 없었던 김동주에게 타격왕 타이틀은 그의 가치를 더욱 끌어올려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부상으로 고생한 6월(0.224)을 제외한 나머지 4달 월간 타율이 3할을 넘겼던 김동주는 최근 20경기에서 58타수 25안타, 4할3푼1리라는 가공할만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이 기간 동안 멀티히트는 5차례밖에 없지만 꾸준함을 앞세운 추격으로 1위 추월을 노리고 있다. 지난 2003년 3할4푼2리의 타율로 생애 첫 타격왕에 오른 경험이 시즌 막바지에 빛을 발할지 여부도 지켜볼 일이다. ▲ 이대호, 롯데의 자존심 올해도 가을잔치가 물 건너간 롯데의 마지막 자존심은 ‘부동의 4번’ 이대호다. 지난해처럼 타율·홈런·타점 동시 석권으로 타격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은 현실이지만 적어도 타율과 홈런은 상황이 달라졌다. 25홈런으로 이 부문 1위에 랭크된 심정수(삼성·26개)를 뒤쫓고 있는 이대호는 타율도 3할3푼1리로 1위 이현곤과의 격차가 6리밖에 되지 않는다. 롯데가 삼성보다 4게임이 더 남아있지만 홈런에서 심정수를 추월하기란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타율은 다르다. 규정타석만 채우면 경기 수에 영향받을 일이 없기 때문. 또한 팀 성적에서 자유로워진 것도 이대호에게는 ‘슬픈 호재’라 할 만하다. ▲ 정근우, 새로운 복병 김성근 감독의 더블 포지션 시스템에 따라 2루수에서 유격수로 포지션을 변경한 것은 정근우에게 큰 흠집이 되고 있다. 지난해 8개에 불과했던 실책은 올해 무려 20개로 불어났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이 최근 정근우를 본래의 포지션인 2루로 돌리면서까지 중용하고 있는 것은 그의 타격 능력 때문이다. 작은 체구에도 무시하지 못할 장타력을 보유한 정근우는 기본적으로 맞히는 재주가 뛰어나다. 수비 불안으로 경기출장이 들쭉날쭉했음에도 불구하고 6월(0.283)을 제외한 월간 타율은 꾸준히 3할을 넘기며 시즌 타율 3할3푼을 기록 중이다. 지난 2일 문학 삼성전에서 기어이 규정타석을 채우며 타격왕 경쟁의 새로운 복병으로 떠오른 정근우는 타석수가 적어 타율의 변동폭이 크다는 점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현곤-김동주-이대호-정근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