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수만 있다면 퇴장도 좋아!'. 천당과 지옥을 오갔지만 끝내 활짝 웃음을 지어보일 수 있었다. 17세 이하 FIFA 청소년월드컵 3, 4위전에서 벌어진 일이다. 9일 오후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독일과 가나의 3위 결정전. 1-1로 팽팽한 흐름이 지속되며 연장전에 돌입할 채비를 하던 독일 벤치. 헤를리히 감독은 외곽 지역에서 몸을 풀던 알렉산더 에스바인을 투입했다. 경기가 꼭 8분 남긴 시점. 그러나 에스바인은 유니폼에 땀이 배이기도 전에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투입된 지 꼭 10분. 에스바인은 토니 크루스가 가나 수비 두명을 제치고 찔러준 침투패스를 그대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해 결승골을 뽑아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유니폼을 들어올리고 세리머니를 하며 시간을 지체한 에스바인에겐 곧바로 올레가리오 벤케렌카 주심의 옐로카드가 돌아갔다. 이미 10분을 뛰며 한 장의 경고를 받았던 에스바인은 곧바로 퇴장을 당했고, 남은 인저리 타임을 필드가 아닌 라커룸 TV로 지켜보게 됐다. 퇴장 해프닝으로 에스바인은 스페인과 가나의 4강전에서 골을 넣고 퇴장당한 보얀 크르기치(스페인)에 이어 이번 대회서 두 번째로 '가린샤 클럽'에 가입하는 영예(?)아닌 영예를 누렸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에스바인이 가장 기뻐했던 것은 당연. FIFA 관계자들의 인도속에 라커룸으로 나가려던 발걸음을 곧바로 되돌린 에스바인은 그라운드로 뛰어들어 동료들과 기쁨을 함께 나눴다. 잘 싸우고도 인저리 타임에 결승골을 내준 가나 선수들만큼이나 초조했던 2분의 시간을 보낸 에스바인에겐 이번 대회는 과연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이같은 해프닝이 있어 더욱 재미있었던 17세 이하 청소년월드컵이었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