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말기' 감독과 함께 한 나이지리아의 '휴먼 드라마'
OSEN 기자
발행 2007.09.09 22: 00

'눈물과 감동을 준 텔라 감독과 나이지리아의 거침없는 전진'. 눈물없이는 도저히 볼 수 없는 한편의 드라마가 있었다. 억지로 슬픔을 쥐어짜는 싸구려 픽션이 아니다. 우리 축구 팬들 곁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훈훈한 얘기다.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Jr. 슈퍼이글스' 나이지리아의 거침없는 행진. 멈춤이 없을 것만 같던 전진은 결국 승부차기 끝에 우승으로 마무리됐다. 9일 오후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17세 이하 FIFA 세계 청소년월드컵 결승전. '어린 무적함대' 스페인과 후회없는 한판을 벌인 나이지리아의 벤치에는 예미 텔라 감독(54)이 있었다. 이미 몇몇 언론을 통해 보도된 대로 텔라 감독은 폐암 말기 판정을 받고 시한부 인생을 사는 무명 사령탑. 지난 6월 국내에서 열린 8개국 초청 청소년대회에 나이지리아 선수단과 함께 입국했던 텔라 감독은 가슴 부위에 작은 통증을 느껴 국내의 한 병원을 찾았다가 폐암 말기라는 충격적인 진단을 받았다. 선수들과 함께 귀국하지도 못한 채 두 달 여 간 견디기 어려운 항암 치료를 받은 텔라 감독. 나이지리아 선수단의 재입국과 함께 지휘봉을 다시 잡은 텔라 감독은 조국의 힘찬 비상을 이끌어 주목을 받았다. 결승전이 펼쳐진 이날 상암벌에는 수백 명의 나이지리아 응원단의 흥겨운 리듬과 곡조가 물결쳤다. 마치 그들만의 작은 축제처럼. 어쩌면 자신의 마지막 지휘가 될지도 모르는 운명의 승부. 수척하고 초췌한 모습으로 벤치에 앉아 필드를 누비는 선수들과 자국 팬들을 지켜본 텔라 감독의 눈가는 촉촉했다. 현장을 찾은 FIFA 관계자들조차 "텔라 감독의 소식은 이미 전해들었다"며 "부디 나이지리아에 승리의 여신이 함께 하길 기원한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나이지리아 국적의 한 기자는 "우리 팬들의 흥겨운 리듬이 마치 텔라 감독을 위한 진혼곡(레퀴엠)을 듣는 것 같아 슬프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결국 이들의 바람처럼 나이지리아는 스페인 함대를 무너뜨리고 감동의 우승컵을 되찾았다. 대회 세 번째 우승의 감격. 인간이 있기에 축구가 존재할 수 있다는 감동의 휴먼 스토리를 써내려간 텔라 감독과 나이지리아. 행진은 멈췄고, 축제도 끝났으나 세계 축구팬들은 깊은 감동에 충분히 젖어들 수 있었다. yoshike3@osen.co.kr 예미 텔라 감독.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