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장, ‘관중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OSEN 기자
발행 2007.09.10 09: 50

LG-삼성전이 열린 지난 9일 잠실야구장. 경기 전부터 밀려들던 관중들이 내야석을 거의 메운 뒤 외야석까지 듬성듬성 채웠다. 이날 관중은 1만 7709명이었다. 이날 관중은 의외였다. 7일과 8일 경기서 홈팀 LG가 잇단 실책으로 막판 역전패 내지는 연장 무승부를 기록, 9일 경기선 관중수가 뚝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것과는 완전 다른 양상이었다. LG는 주말 홈3연전의 첫 머리였던 7일(금요일) SK전서 9회 수비실책으로 동점을 내준 뒤 연장 10회서 패한 데 이어 8일(토요일) 삼성전서 역시 9회 실책으로 연장 12회까지 가는 혈투를 벌이고도 무승부를 기록, ‘4강싸움’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관중수는 7일 4305명, 8일 1만 6437명, 그리고 9일 1만 7709명으로 갈수록 늘어났다. 홈팀 LG의 성적은 4강권에서 점점 멀어졌지만 관중수는 반대로 불어난 것이다. 자기가 응원하는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에 거의 실패하게 되면 야구장에 팬들의 발길이 뚝 끊어지던 예전 트렌드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홈팀 LG 관계자들조차 놀라울 정도로 많은 관중이었다. 김연중 LG 단장은 “팬들에게 정말 감사합니다”며 4강권이 가물가물해진 가운데서도 야구장을 찾아준 팬들에게 고마워했다. LG 관계자들은 이처럼 성적과 큰 상관없이 주말 관중이 많아진 이유로 가족 단위 내지는 연인 관중들이 운동장을 많이 찾고 있는 ‘트렌드 변화’를 들고 있다. 김연중 단장은 “예전과는 팬들이 많이 달라졌다. 전에는 술먹고 욕설하는 일부 관중들 때문에 가족 관객들이 적었지만 이제는 야구장을 주말 소풍지로 찾는 팬들이 많아졌다. 이제 야구장은 가족들과 연인들의 즐거운 놀이터가 돼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실 9일 관중석은 홈팀인 LG의 1루쪽은 물론 원정팀 삼성의 3루쪽에도 가족 단위 팬들과 연인들이 대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1루쪽에는 아직 4강행을 포기하지 않고 응원을 펼치는 LG 열성팬들, 3루쪽에는 2위 고지 점령을 기원하는 삼성 열성팬들이 주말을 맞아 운동장을 찾은 것이다. 주말 야구장 나들이가 이제는 하나의 ‘문화행사’로 자리잡고 있음은 이날 야구장을 찾은 팬들의 말에서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부인과 5세, 3세인 자녀와 야구장을 찾은 김현록(35) 씨는 “야구를 좋아해 진작부터 오고 싶었지만 가족들이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아 중계만 봤다. 오늘은 큰 맘 먹고 끈질기게 설득해서 데려왔는데 생각보다 좋아해서 너무 기쁘다.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며 기분좋아 했다. 부인 지은경(33) 씨도 “TV만 보는 남편이 속상했는데 가족들과 다 같이 야구장에 오니까 소풍을 온 것 같아 참 좋다”며 야구장 나들이에 만족해 했다. 또 경기도 일산에 사는 신혼부부인 이영화-정진아 씨 커플은 “신혼임에도 바쁘게 지내다보니 부부가 함께하는 시간을 거의 갖지 못했다. 모처럼 휴일에 함께 야구장에 오니 날씨도 좋고 응원에도 신이나 기분이 매우 좋다. 앞으로도 짬을 내 자주 야구장을 찾아야겠다”며 즐거워했다. 부인 정진아 씨는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어 야구장에 오는 걸 좋아했지만 사실 야구는 잘 몰랐다. 남편이 설명해줘도 잘 이해되지 않는 것도 있지만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이 너무 멋져서 또 오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제 야구장은 ‘주5일제’를 맞아 주말 관중의 많은 수가 가족단위 관객들로 채워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서울 잠실야구장뿐만 아니라 인천 문학구장, 부산 사직구장 등 대부분의 야구장에서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서서히 자리잡고 있는 가족들과 연인들의 야구장 트렌드로 ‘관중몰이’에 성공하고 있는 각 구단은 이제 이들이 편안하고 즐겁게 야구장을 찾도록 배려해야 한다. 야구 외의 놀이시설이나 어린이 보호시설, 그리고 쾌적한 관람환경을 조성해 팬들이 즐거운 문화행사 장소로 야구장을 만들어야하는 것은 야구단들의 임무이다. 1997년 이후 10년 만에 80만 명 관중을 돌파하며 8개구단 중 가장 많은 관중을 기록하고 있는 LG 구단의 관계자는 “이제는 승패와 관계없이 야구장을 찾는 문화가 정착돼가고 있다. 여기에 성적만 조금 받쳐주고 마케팅과 편의시설을 갖추면 관중 100만 명도 멀지 않았다”며 달라진 관중 풍속도에 반가워했다. 11년 만에 관중 4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한국 프로야구가 명실상부한 국민들의 여가선용 및 문화행사를 위한 나들이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sun@osen.co.kr 지난 9일 잠실구장 1루측 관중석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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