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인간탄환은 누구?'. 라이벌이 있어 더욱 재미있는 게 스포츠다. 스코어가 아닌 기록으로 승부하는 육상이라면 특히 그렇다. 육상의 백미는 뭐니뭐니 해도 '인간탄환'을 가리는 100m 종목. 예전 칼 루이스(미국)와 벤 존슨(캐나다)의 열전에 버금가는 승부가 최근 펼쳐지고 있어 화제다. 25세 동갑내기 아사파 파월(자메이카)과 타이슨 가이(미국)의 치열한 레이스가 전세계 육상팬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이들은 늘 물고 물리는 접전을 벌여 자주 화제가 되곤 한다. '세계기록 보유자' 파월이 10일(한국시간) 또 일을 저질렀다. 이탈리아 리에티에서 열린 IAAF(국제육상경기연맹) 그랑프리 대회에서 파월은 9초74를 기록해 2년 전 자신이 세웠던 세계기록을 0.03초 앞당겼다. 자신이 세운 기록을 자신이 깨는 이 자메이카 사나이는 그러나 메이저 대회 금메달과는 거리가 멀다는 최악의 징크스를 갖고 있다. 올림픽이건, 세계육상선수권처럼 큰 무대에만 출전하면 안풀린다. 한편 지난달 일본 오사카에서 벌어진 세계육상선수권 대회에서 9초84의 기록으로 우승한 가이가 파월의 상승세를 잠재운 라이벌이다. 작년까지 5번 맞붙어 모조리 패했던 가이는 절치부심하고 나선 지난 오사카 선수권에서 파월을 보기좋게 꺾어놓았다. 당시 파월의 기록은 9초96. 결국 가이는 우승의 감격을 누렸고, 파월은 3위에 그쳤다. 세계 기록은 모조리 갈아치우면서 정작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하지 못하는 파월과 줄줄이 지다가 가장 중요한 순간에 금메달 한 번으로 모든 인식을 뒤바꿔버린 가이. 이들의 올해 두 번째 승부는 오는 1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그때 운명의 여신은 또 어떤 결정을 내릴까. 라이벌이 있어 흥미진진한 세계 육상이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