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외국인 타자들은 통상적으로 타격에 모든 것을 쏟아 붓는다. 구단과 코칭스태프에서 외국인 타자를 뽑을 때부터 기대하기는 것은 타격이지 수비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를 거쳐 간 대다수 외국인 타자들이 타격 능력에 그 희비가 엇갈렸다. 현대의 클리프 브룸바(33)도 마찬가지. 2003, 2004년 현대에서 활약하며 한국시리즈 2연패에 기여한 그는 정확성과 파워를 겸비한 타격으로 코리안드림을 썼다. 하지만 최근 브룸바가 달라지고 있다. 타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팀에 공헌하기 시작한 것이다. 브룸바는 지난 9일 한화와의 대전 원정경기에서 솔로 홈런만 2방을 터뜨렸다. 8경기 만의 홈런이 한꺼번에 터지며 27개를 마크, 단숨에 홈런 랭킹에서 심정수(삼성)와 이대호(롯데)를 1개 차로 따돌리며 단독선두로 뛰어올랐다. 6~7월에만 무려 15홈런을 작렬시키며 절정의 손맛 감각을 뽐냈던 브룸바는 8월 20경기에서 2홈런에 그쳤으나 이날 홈런 2방으로 우려를 씻음과 동시에 홈런왕 등극에 대한 야심을 더욱 크게 품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홈런만큼이나 돋보인 것이 바로 수비였다. 최근 우익수로 꾸준히 선발출장하고 있는 브룸바는 이날 경기에서 두 차례나 슬라이딩 캐치로 안타성 타구를 처리하는 수훈을 세웠다. 여타 선수들의 팔을 뻗고 상체를 내던지는 역동적인 다이빙캐치와는 대조적으로 미끄럼틀을 타듯 다리부터 자연스레 넘어지며 앉은 자세로 볼을 캐치해 내는 ‘브룸바식 다이빙캐치’는 팬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했다. 소속팀 현대에도 큰 플러스효과가 됐음은 물론이다. 사실 브룸바는 올 시즌을 앞두고 왼쪽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해 5월까지 지명타자가 아니면 경기 출장이 어려웠다. 전지훈련 막판부터 아킬레스건 통증을 호소해 수비는 물론 타격에서도 하체의 힘을 싣지 못해 장타를 생산하는 데 애로가 많았다. 브룸바는 이 때문에 시즌 첫 23경기에서 지명타자로만 출장하며 타율 2할5푼·4홈런·15타점이라는 보잘 것 없는 성적을 냈다. 재정난을 겪고 있는 현대의 구단 사정이 아니었더라면 펠릭스 호세처럼 퇴출의 비운을 맛보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현대 김시진 감독은 줄곧 브룸바를 4번으로 기용하며 신뢰를 거두지 않았고 브룸바는 6월부터 폭발적인 타격으로 믿음에 보답했다. 3년 만의 복귀 시즌부터 타율 3할1푼7리·27홈런·80타점으로 변함없는 위용을 과시하고 있는 브룸바는 재계약이 유력한 상황. 타격만으로도 충분히 재계약할 만한 성적이지만 수비에서까지 힘을 보태니 더욱 좋다. 비록 포스트시즌 진출은 좌절됐지만 1경기 2홈런의 멀티홈런을 4차례나 기록한 ‘공수겸장 거포’ 브룸바의 생애 첫 홈런왕 도전은 남은 기간 현대를 지켜보는 흥미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