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삼성의 야수진 세대교체는 공개된 작업이다. 지난 시즌 막판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한 야수진 노쇠화는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 참패로 당장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가 됐다. 2004년 수석코치 부임 때부터 마운드 강화에 온 힘을 쏟았던 선동렬 감독도 이제는 타선 강화에 골머리를 앓을 정도다. 그러나 올 시즌 중반까지도 삼성은 극심한 타격 침체에 시달리며 야수진 세대교체의 과도기를 겪었고 그 과정에서 실패와 작은 성공을 반복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바로 1982년생 동갑내기 왼손 타자 조영훈(25)과 채태인(25)이 있다. ▲ 조영훈, 기대와 실망 속초상고-건국대를 졸업하고 2005년 삼성에 입단한 조영훈은 아마시절 최고의 타자였다. 국가대표 4번 타자를 맡을 정도로 타격에 재질을 보였으며 2004년에는 아마야구 우수타자상도 받았다. 2001년 2차 2번으로 삼성에 지명될 당시 삼성 2군 사령탑이었던 김성근 현 SK 감독이 타자로서 조영훈의 가능성을 높이 산 바 있었다. 2005년 입단할 때도 삼성 코칭스태프에서는 이승엽과 흡사한 타격 폼을 지닌 조영훈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다. 2년차였던 지난해 88경기에서 타율 2할8푼3리·2홈런·26타점으로 가능성을 어느 정도 실현시켰다. 전지훈련 동안 고용된 사사키 교스케 타격 인스트럭터로부터 집중적인 지도를 받은 조영훈은 시범경기 때만 하더라도 거포로의 변신을 현실화시키는 듯했다. 선동렬 감독도 베테랑 김한수를 2군으로 내려 보낸 채 개막전부터 조영훈을 주전 1루수로 기용할 정도로 믿음을 보였다. 그러나 조영훈은 52경기에서 1할6푼9리라는 극악의 타율을 남기며 7월초 2군으로 떨어져야 했다. 기대했던 홈런은 단 하나도 없었으며 장타도 2루타가 3개가 전부였다. 조영훈을 믿었던 선동렬 감독에게는 차디찬 배반이었다. ▲ 채태인, 의외의 대박 지난 4월 3일 해외파 특별지명에서 삼성은 추신수-류제국-이승학 순으로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삼성은 해외파 우선지명을 마친 롯데와 KIA를 제외한 나머지 6개 구단 중 4번째 지명권을 얻는 데 만족해야 했다. 추신수-류제국-이승학은 차례로 SK-LG-두산에 지명된 상황. 결국 삼성의 선택은 채태인이었다. 김병현이 남아있었지만 현실적으로 국내 복귀 가능성이 희박했다. 삼성은 채태인을 지명한 후 곧바로 타자 전향을 발표했다. 보스턴에서 어깨 수술로 투수 생명이 거의 다한 채태인이었던 만큼 타자 전향은 예고된 일이었다. 그러나 큰 기대를 갖지는 않았다. 부산상고 시절 에이스 겸 4번 타자로 활약할 정도로 타격에도 재질이 있었지만 2년 여 공백기에 실전 감각이 무뎌져있는 선수가 타자로 변신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채태인은 2군에서 타자로 기대 이상의 빠른 적응 속도를 보였다. 5월 한때 1군에서 쓰디쓴 맛을 본 채태인은 7월 말 다시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특히 지난달 2일 LG와의 대구 홈경기에서 8회말 대타로 출전, LG 마무리투수 우규민을 상대로 극적인 동점 솔로 홈런을 작렬시키며 선동렬 감독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2번째 1군 등용 이후 멀티히트를 5차례나 기록할 정도로 타격이 기대보다 훨씬 좋았다. ▲ 경쟁과 시너지 효과 조영훈이 2군에서 인고의 세월을 보내는 동안 채태인은 선동렬 감독의 이례적인 칭찬과 함께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활활 타오르던 채태인의 타격감이 잠시 식은 틈을 타 조영훈이 다시 1군으로 복귀했다. 2군에 한 번씩 다녀올 때마다 타격 폼을 수정해 1군에 복귀했던 조영훈에게 터닝 포인트는 지난 7일 현대와의 대구 홈경기였다. 1-2로 뒤진 8회말 대타로 등장, 올 시즌 1호 홈런을 극적인 동점 솔로 홈런으로 터뜨린 것이다. 한 달 여 전 채태인처럼 결정적인 순간, 대타로 나와 시즌 첫 홈런을 신고하며 팀의 역전승에 일조했다. 이 홈런에 힘입어 조영훈은 8~9일 잠실 LG전에서 연이틀 주전 1루수로 출장했다. 조영훈과 채태인이 장차 삼성의 타선을 이끌어나갈 유망주라는 점은 틀림없다. 두 선수 모두 1982년생 왼손 타자이며 변화구 대처능력이 부족하고 수비에서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점까지 같다. 그러나 타격 스타일은 판이하게 다르다. 조영훈이 부드러운 스윙과 타격기술로 승부한다면 채태인은 힘을 앞세운 묵직한 파워배팅이 최대 강점이다. 조영훈과 채태인을 합치면 아마 부드러움과 파워를 두루 갖춘 대형 왼손 타자가 탄생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과 ‘합체’는 스포츠세계에서 현실적이지 못한 판타지 소설이 될 수 밖에 없다. 당분간 선동렬 감독과 조영훈과 채태인의 경쟁을 유도하며 시너지 효과를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조영훈과 채태인은 서로가 서로를 넘어야 할 경쟁자지만, 동시에 서로가 서로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메울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발산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