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젠밍, 동양인 최초 사이영상 가능할까
OSEN 기자
발행 2007.09.12 06: 22

[OSEN=세인트피터스버그, 김형태 특파원] 과연 동양인 최초의 사이영상 수상자가 나올 수 있을까. 있다면 후보는 한 명. 뉴욕 양키스의 대만 출신 우완 왕젠밍(27) 뿐이다. 왕젠밍은 올 시즌 양키스의 에이스로 자리를 굳혔다. 스타들이 즐비한 양키스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시즌 18승6패 방어율 3.69의 성적. 부상으로 4월 말에서야 첫 등판한 점을 감안하면 더욱 돋보인다. 1승만 추가하면 지난해 그가 세운 아시아 출신 단일 시즌 최다승과 타이, 2승을 올리면 역시 동양인 최초의 20승 투수로 등극한다. 왕젠밍의 가장 큰 강점은 꾸준함이다 .올해 등판한 27경기 가운데 6이닝을 채우지 못한 적은 2번 밖에 없다. 최근 2년간 승패에서도 메이저리그 단독 선두다. 지난해부터 37승12패를 거둔 왕젠밍은 요한 산타나(미네소타, 34승17패) 저스틴 벌랜더(디트로이트, 33승14패) 로이 할러데이(30승 12패)를 앞선다. 요즘 각종 미국 언론은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예측하면서 왕젠밍을 유력한 후보 중 하나로 꼽고 있다. 그러나 사이영상을 수상하기에는 부족한 점도 눈에 띈다. 우선 그는 경기를 지배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안정감과 꾸준함을 겸비했지만 '압도적'이라는 평가는 받고 있지 못하다. 다승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는 왕젠밍은 투구내용을 평가하는 통계에선 순위가 처진다. 방어율 부문 14위, WHIP(1.27) 19위, QS비율(67%) 공동 16위에 불과하다. 사이영상 평가에서 빼놓을 수 없는 탈삼진은 180⅔이닝 91개로 지난해 기록(218이닝 76개)에 비해 장족의 발전을 했지만 리그 순위는 공동 39위권이다. 오히려 왕젠밍은 막강한 양키스 타선의 혜택을 톡톡히 누렸다. 경기당 7.12점의 득점을 지원 받아 이 부문 2위에 랭크돼 있다. 다시 말해 꾸준함과 안정감을 겸비한 에이스임에는 틀림 없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경기를 이길 수 있는 대투수의 반열에 오르기에는 아직 부족한 게 사실이다. 이런 점 때문에 ESPN '베이스볼투나잇'의 애널리스트인 전 메츠 단장 스티브 필립스는 왕젠밍을 그리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 현재로선 AL 사이영상 레이스는 조시 베켓(보스턴, 18승6패 3.27 173K)과 C.C. 사바티아(클리블랜드, 17승7패 3.15 185K) 켈빔 에스코르바(LA 에인절스, 16승7패 3.04 150K) 존 래키(LA 에인절스, 16승8패 3.18 152K)의 4파전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은 안정감과 경기 지배력을 동시에 갖춘 투수들로 어떤 구단에서든 1번 선발로 활약할 수 있는 재목이다. 이들에 비하면 왕젠밍이 상대적으로밀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이영상 투표를 하는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회원들이 전통적으로 다승에 적지 않은 비중을 둔다는 점에서는 기회가 있다. 모든 투수의 '꿈'인 시즌 20승을 돌파한 뒤 잔여 경기서 방어율을 최대한 낮출 경우 의외의 결과도 바라볼 만하다. 지난 1994년 박찬호(34)가 미국무대에 진출하면서 시작된 아시아 출신 선수들의 '빅리그행 러시'는 이제 흔한 일이 됐다. 동양인 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더 이상 희귀한 존재가 아니다. '천재 타자' 스즈키 이치로는 (시애틀)는 데뷔 첫해인 2001년 리그 MVP도 수상했다. 하지만 투수 최고의 영예인 사이영상은 아직도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왕젠밍이 이 고지에 발을 내딛는 첫 번째 선수가 될 수 있을까. 잔여 시즌 그의 투구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workhors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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