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도 무너진 女 배구, 이미 예고된 참변
OSEN 기자
발행 2007.09.12 08: 22

'한국 여자배구의 부진, 대체 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이미 예고된 참변이었다는 분석이다. 한국 여자배구가 태국에 역전패했다. 이정철 감독이 이끄는 여자 대표팀은 지난 11일(한국시간) 태국 나콘라차시마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아선수권 8강 라운드 4차전에서 세트스코어 2-3(25-22 25-20 20-25 17-25 13-15)으로 무너졌다. 2승2패를 기록한 한국은 12일 열릴 대만전에서 무조건 승리를 거둬야 하는 부담스런 상황에 놓여있다. 일찌감치 2-0으로 앞선 상황이었기 때문에 충격은 더욱 컸다. 레프트 김민지와 센터 정대영(이하 GS칼텍스)등의 공격이 잇달아 성공해 초반 잘 풀리던 한국은 3번째 세트부터 갑작스런 체력 저하로 인해 고전해야 했다. 결국 결과는 패배. 태국과는 악연이다. 작년 도하 아시안게임 8강전에서도 태국은 한국에 쓰라린 패배를 안겼다. 이로 인해 한국은 5위에 그치며 사상 첫 노메달 수모를 안았다. 중국 일본 등 전통의 강호뿐만 아니라 태국 대만 등 바삐 추격의 발걸음을 재촉하는 신흥 국가들의 상승세도 매서워 한국 여자배구가 좀처럼 설 자리가 없다. 무리한 세대교체가 지금의 '화'를 불러왔다는 지적도 있지만 상당수 배구인들은 적은 숫자의 프로팀, 국제 룰의 잦은 변화, 성적 위주의 시스템도 여자배구의 부진에 더욱 큰 몫을 했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경제불황으로 기존 팀마저 해체되던 90년대 후반 태국과 대만은 오히려 클럽수를 늘리며 호시탐탐 도약의 기회를 엿보다가 2005년을 기점으로 빠르게 강호의 자리를 꿰찼다. 이정철 감독도 대회에 나서기 전 "2005년부터 대만 태국과 듀스 게임이 많아져 불안했다"며 "예전에는 상대도 아니었지만 이제는 부담스러운 팀으로 급성장했다"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또 '리베로 시스템' 도입 등 국제 룰이 자주 바뀌며 그간 공격 일변도였던 서구 선수들이 수비력도 함께 키울 수 있는 상황이 닥쳐왔고, 클럽이 아닌 학교에서 성적 위주로 팀이 운영돼 유망주들이 제대로 기본기를 다질 수 없었다. 부상 선수가 워낙 많아 정상적인 전력을 구축할 수 없었던 한국 여자배구. 이들의 극심한 부진과 어려움은 갑작스러운 게 아닌, 서서히 진행돼 온 사태라는 지적이다. 과연 이들에게 희망은 있을까. yoshike3@osen.co.kr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KT&G 2006 그랑프리 대회 한국-일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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