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4강 탈락과 용병 스카우트의 '함수'
OSEN 기자
발행 2007.09.12 09: 44

'구위 자체만 놓고 본다면 삼성의 오승환과 함께 단연 최강으로 꼽힌다. 그의 포심 패스트볼은 평균 146~150km, 최고 153km까지 측정된다. 2006년 전광판에 가장 많이 150km대 구속을 찍은 선수가 카브레라다. 게다가 볼 끝이 아주 좋고, 공이 무겁게 들어온다. 투심은 142~144km 정도. 그는 타자의 몸쪽 낮은 곳과 바깥쪽 높은 곳에 자신있게 패스트볼을 구사한다. 그리고 125~130km의 서클 체인지업을 간간이 섞는다'.
올 시즌을 앞두고 발간된 '스카우팅 리포트' 중 하나에서 인용한 롯데 마무리 카브레라 소개다. 그런데 이 글을 읽으면서 이런 의문이 떠올랐다. '이렇게 대단한 선수가 왜 메이저리그에서 안 뛰지?', '그리고 왜 SK는 이런 선수를 포기했지?'.
스카우팅 리포트가 거짓말을 썼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스카우팅 리포트가 간과한 점은 있을지도 모른다. 지난 11일 롯데와 LG전을 보고서 그 부분을 짐작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엄청난' 투수인 카브레라의 치명적 약점은 '멘털'이었다.
4-3으로 앞서던 8회말 투아웃 2,3루에서 롯데 마무리 카브레라는 LG 왼손 대타 김용우와 상대했다. 카브레라가 강속구로 스트라이크 두 개를 던지자 김용우는 스피드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모든 면에서 우위를 점했음에도 카브레라-강민호 배터리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참 빗나가는 볼 3개를 던졌다. 김용우는 방망이 한 번 휘두르지 않았다.
풀 카운트. 몰리게 된 카브레라는 한 가운데로 직구를 던졌다. 아무리 카브레라 직구가 시속 150km라도 한 복판 직구가 들어올 수 밖에 없다고 예측할 수 있다면 공략이 가능해진다. 김용우의 타구는 빨랫줄 우전안타가 됐고 4-4 동점이 됐다. 그리고 승부는 연장 끝에 11회말 박경수의 끝내기 안타가 터진 LG의 승리로 마감됐다.
직구 구속이 얼마든, 공끝이 어떻든 두 번째다. 카브레라는 결정적일 때 도망가는 피칭을 하고 못 막아준다. 마인드 컨트롤이 안 되는 것이다. 그러면 마무리로서 실격이다. SK는 이 점을 간파하고 카브레라를 놓은 것이다.
그런데 그런 카브레라를 롯데가 잡았다. 마무리 부재인 팀 사정이 있었겠지만 '꼭 카브레라여야 했는가'란 의문은 남는다. 이는 호세나 페레즈도 마찬가지다. 성공 여부를 떠나 '검증'된 선수만 용병으로 썼기 때문이다. 검증된 선수는 안전할지 몰라도 초특급일 수가 없다.
그러나 롯데에 필요한 선수는 초특급 용병이다. 롯데는 올 시즌도 가을 잔치에 나가기 힘들 전망이다. 21세기 들어 가을에 야구 못한 팀은 롯데가 유일하다. 내년에도 또 부산팬들을 배신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용병 스카우트 시스템부터 재점검해야 할 시점일지도 모른다.
sgoi@osen.co.kr
카브레라.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