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국장과 아이스크림이 만나서 맛 좋고 건강에 도움주는 '청국장 아이스크림'이 탄생했다. 김치와 피자가 만나서는 느끼하지 않고 피자 맛도 살려준 별미 '김치 피자'가 됐다. 또 가라루파, 친친위라는 물고기는 사람의 각질을 먹는 닥터피시로 재탄생, 물고기와 사람 모두 윈윈하는 효자로 거듭났다.
비단 음식, 동물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요즘처럼 바쁘고 할 것 많은 시대에 연예인도 한 가지 분야 재능으로는 성공하기 힘들다. 그래서 새로 나왔다. 장르를 무시하고 맹활약중인 일명 버라이어티맨(variety man)이다. 배우와 가수, 개그맨 등 본업으로 인지도와 이미지를 구축한 뒤에는 버라이어티쇼를 전문으로 뛰며 인기를 높여가는 이들이다. 연예계의 신 직종, 버라이어티맨으로는 누가 뛰고 있을까.
TV 켜면 나오는 버라이어티맨들
TV를 켜면 본업인 가수, 탤런트로 서는 것보다 각종 오락,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주름 잡는 버라이어티맨으로서 자신들의 이름값을 높이고 있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연예인이 신정환 하하 조형기 박명수 노홍철 김종서 김구라 등이다.
신정환은 본래 룰라라는 혼성 그룹의 멤버로 출발했다. 이후 '컨츄리 꼬꼬' '신나고' 등의 그룹을 결성해 가수로서 팬들 앞에 섰다. 하지만 그런 그를 최근 무대 위에서 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신 그를 보고 싶으면 TV를 켜면 된다.
신정환은 현재 SBS ‘작렬! 정신통일’, KBS 2TV ‘상상플러스’, MBC ‘황금어장’ 등에 출연하며 발군의 입담으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하하 역시 가수 출신으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장악하고 있다. 하하는 2001년 결성된 힙합그룹 '지키리'의 멤버였다. 하지만 하하는 요즘 가수로서 보다는 버라이어티맨으로 오락프로그램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오히려 하하는 가수로서의 재능을 무대 위에서 보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강변북로 가요제 같은 코너에서 발휘했다. 하하는 가수로서 못 다 이룬 꿈을 이루려는 듯 예능프로 ‘무한도전’에서 선보인 ‘키 작은 꼬마 이야기’를 각종 가요순위 차트 상위권에 랭크 시키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까부는 듯 응석을 피우는 듯 정감 있는 말투로 ‘무한 도전’ 뿐만 아니라 SBS ‘일요일이 좋다’ 등에서도 발군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박명수도 본업인 개그 프로그램에서 보다 오락프로그램에서 개그맨의 끼를 마음껏 풀어내며 제 8의 전성기를 오랜 시간 유지하고 있다. 물론 최근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이 드물어 개그맨들이 오락 프로그램으로 진출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만큼 박명수의 경우는 그다지 드문 케이스라고 볼 수는 없다.
노홍철의 경우도 길거리를 누비던 VJ 시절의 에너지를 요즘 각종 오락,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마구 발산하고 있는 중이다. 특유의 자유분방한 느낌은 편안한 마음으로 TV 앞에 앉은 시청자들을 무장해제 시키기에 톡톡히 한 몫 하고 있다.
이 분야에 요즘 새롭게 떠오르는 강자가 있다. 바로 김종서다. 노래 잘하는 로커로 기억 되던 그가 요즘 KBS 2TV ‘미녀들의 수다’를 비롯해 많은 오락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하며 본인 스스로도 “요즘엔 내가 수도꼭지다. 틀면 나와!”라고 말할 정도가 됐다. 그의 이런 변신에 대한 반응은 아직 반반이다.
사실 이 분야의 원조는 따로 있다. 조형기와 김원희다. 김원희는 한 때 ‘탤개맨’(탤런트 인데 개그맨 못잖게 재미있는 연예인)의 원조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그랬던 그녀는 요즘 영화, 드라마에 출연하며 본업인 배우로 리턴하고 있는 중이다.
조형기 역시 ‘탤개맨’으로 불렸던 원조 연예인으로서 요즘도 각종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활약 중이다.
이들 뿐만이 아니다. 초등학생들은 자기가 가수인 것을 모른다고 농담처럼 말하는 DJ. DOC의 김창렬, 정재용, 김구라, 현영 등도 이 분야의 대표적인 스타들이다.
주의요망! “‘같기도’ 되지 않게 조심할 것!”
여자의 변신이 무죄이듯 스타의 변신도 무죄다. 스스로 다른 분야에 욕심이 생기고 열심히 하겠다는 데 누가 말리겠는가.
실제로 본업에서는 별다른 빛을 보지 못하다가 분야를 바꾸고 나서 대성공을 거둔 경우도 많다. 또 주 활동 분야를 바꾸면서 이미지를 쇄신한 경우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항상 모든 일에는 빛과 그림자처럼 긍정적인 측변과 부정적인 측면이 공존한다. 이 경우도 마찬가지다. 만에 하나 분야를 바꿨다가 오랜 시간 쌓아온 이미지를 한 순간에 잃을 수도 있다. 또 술에 술탄 듯 물에 물 탄 듯 “대체 저 아이의 정체는 뭐야? 배우 같기도 하고 개그맨 같기도 하고”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이미지를 먹고 사는 스타가 일명 그 무서운 ‘같기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사랑을 틀에 가둘 수 있니? 내 끼도 마찬가지야!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랴’ 아무리 ‘같기도’가 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끼 많은 스타들에게 한 우물만 파라고 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사랑을 보이는 틀 안에 가둘 수 없듯 무한한 끼를 가진 연예인들에게 가수, 탤런트, 영화배우, 버라이어티 진행자라는 엄격한 틀 안에 가두는 것 보다는 자유롭게 보다 넓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한 우물을 파도록 격려해 주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닐까 싶다.
일반인도 투잡족이 늘고 있는 지금 가수(歌手 Singer, 노래 부르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대중문화인), 탤런트(talent,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서 활약하는 예능인)라는 구분 보다는 이제 노래도 잘하고 연기도 잘하고 재능이 넘치는 버라이어티맨(variety man)이라는 새로운 직업군이 생겨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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