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나에게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이상하리 만치 공허했다. 가슴 뜨거운 붉은 함성은 되돌아왔지만 뭔가 빠진 듯 썰렁한 느낌까지는 지울 수 없었다. 시리아와 2008 베이징올림픽 최종예선 3차전이 펼쳐진 12일 오후 8시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 N석에는 다시 붉은 악마들이 자리했으나 나머지 스탠드는 조용했다. 이날 대한축구협회가 집계해 발표한 공식 관중수는 총 2만129명. 이는 지난달 22일 같은 곳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예선 첫 경기 당시 2만 2885명보다 줄어든 숫자다. 곳곳이 뚫린 듯한 스탠드는 회색빛 좌석을 그대로 내놓고 있었고, 심지어 N석 반대편 2층 구역은 별도 경호원이 필요없을 정도로 관중이 없었다. 만약 붉은악마의 조직적인 깃발 응원과 대형 태극기, ‘둥둥’거리는 북소리, “대~한민국”의 함성이 아니었다면 올해 대표팀 경기 역대 최악의 분위기가 연출될 뻔했다. 그렇다면 왜 축구팬들이 올림픽호 경기를 외면하게 됐을까. 크게 두 가지로 종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지난 8월 K리그 부산 아이파크 지휘봉을 잡고 있던 박성화 감독을 올림픽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한 협회에 대한 팬들의 불신이 여전히 존재함을 드러낸 셈이다. 실제로 붉은 악마들이 자리했던 N석 스탠드 외곽에는 ‘K리그, 나에게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우리 리그’ ‘대한민국의 모든 리그를 사랑합니다!’ 등의 대형 걸개가 각 리그 로고가 찍힌 통천과 함께 내걸려 관계자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또 요즘 축구계의 핫이슈로 떠오른 안정환 사태와 그 파장 및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고도 여길 수 있다. 인신 공격성 발언을 서슴지 않은 일부 몰지각한 팬들의 지나친 행동으로 인해 축구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떨어진 것. 친구들과 함께 경기장을 모처럼 찾았다는 회사원 심 모씨(26, 여)는 “확실히 작년보다 축구에 대한 관심이 식은 것 같다”며 “안정환 문제와 박 감독 선임 문제의 불씨가 여전히 존재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호쾌한 3연승을 달려 베이징행 7부 능선을 넘은 올림픽호. 그러나 한국 축구의 답답한 현실까지는 감출 수 없었던 하루였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