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LG의 오키나와 캠프에 들러 박용택(28)을 만났을 때 '올 시즌엔 30홈런이 공약인가'라고 질문하자 그는 씩 웃었다. 긍정의 메시지로 보였다. 박용택은 전에도 이런 식이었다. 2005시즌을 앞두고 이순철 당시 LG 감독이 선언한 '뛰는 야구'의 키맨으로 지목되자 박용택은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짤막하게 말했다. 확언하진 않았지만 도루왕에 대한 뉘앙스가 담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해 그는 세간의 예상을 뒤엎고 43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약속을 지켰다. 그 다음부터 박용택은 "도루는 여기저기 골병 들어서 많이 못하겠다"고 했다. 그 대신 중심타자로서 장타력을 키울 의도를 내비쳤다. 지난 시즌 데뷔 이래 개인 최다안타(140안타)를 기록한 박용택은 올 시즌 30홈런을 도전 목표로 내걸었다. 그러나 올 시즌 박용택의 12일까지 성적은 12홈런.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LG의 환경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예년에 비해 향상되지 않은 수치였다. 현역 최고의 타격코치로 꼽히는 김용달 코치가 부임했건만 웬일인지 그의 성적은 커리어 최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2년 프로 데뷔 이래 처음으로 퇴보한 시즌이라 할 수 있기에 그렇다. 타율은 2할 7푼 4리(449타수 123안타)로 기대치 이하였고, 홈런과 타점(58점)도 적다. 특히 LG가 급피치를 올려야 할 최근 들어 그의 슬럼프는 더욱 심각하게 보여진다. 3년 연속 전경기 출장 가능성만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박용택이 도루왕 공약을 지켰을 때 LG는 팀 도루 1위를 했다. 그가 30홈런 공약까지 지켜나가고 있다면 LG는 가을에도 야구할 수 있다. 진부한 얘기지만 박용택이 살아나야 LG가 산다. 아무리 FA니 해외파니 수혈이 됐어도 상징적인 LG의 프랜차이즈 스타이기에 더욱 그렇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