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상-김경선, 한화 불펜의 '새 희망'
OSEN 기자
발행 2007.09.14 15: 20

[OSEN=이상학 객원기자] 한화는 지난 12일 대전 LG전에서 상대 선발 박명환이 어깨 통증으로 공 6개에 한 타자만 상대하고 강판되는 호재를 안고 8-3으로 완승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사실상 확정지으며 2위 진입을 향해 일보 전진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인 13일 대구 삼성전에서 한화는 반대의 경우를 당하고 말았다. 선발 세드릭 바워스가 갑작스런 허벅지 통증으로 5타자만 상대하고 강판한 것. 하지만 한화는 7-3으로 역전승했다. 세드릭에 이어 등판한 유원상(21)과 김경선(24)이 효과적인 피칭으로 승리의 발판을 마련한 덕분이었다. 유원상은 2⅓이닝 1실점으로 데뷔 첫 승을 따냈고 김경선도 2⅔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첫 홀드를 기록했다. ▲ 제구력이 생긴 유원상 천안북일고 시절 유원상이 얼마나 유망한 투수였는지는 모두가 잘 알고 있다. 187cm, 93kg이라는 체격조건을 앞세운 위력적인 공과 비교적 다양한 구종은 유원상의 가치를 다이아몬드처럼 빛나게 만들었다. 2006년 1차 지명에서 한화에 지명된 후 몸값 줄다리기를 벌이다 계약금 5억 5000만 원에 독수리 유니폼을 입었다. 한기주(KIA·10억 원) 다음으로 많은 역대 고졸신인 계약금 2위에 해당하는 거액이었다. 그러나 유원상의 하드웨어와 구위는 고질적인 제구력 난조라는 문제점 앞에서 가능성이라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기대로만 그치고 말았다. 2군 성적도 6승6패 방어율 4.56으로 평범했다. 남부리그 탈삼진 1위(71개)라는 것만이 위안거리였다. 올 시즌에도 시범경기에서 부진을 보이며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는 데 실패하며 또다시 2군에서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올 시즌 2군에서 13경기에 등판해 69⅓이닝을 던져 6승3패 방어율 3.89로 보다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난해 무려 8.1개에 달했던 9이닝당 사사구가 올해는 4.0개로 절반 이상 떨어졌다. 제구력이 어느 정도 잡혔던 것이다. 결국 9월 엔트리 확대와 함께 꿈에 그리던 1군에 합류했고 3경기에 등판했다. 성적은 5⅓이닝을 던져 1승 방어율 3.38. 우려했던 제구력 난조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바깥쪽으로 살짝살짝 걸치는 제구력이 돋보인다. 김인식 감독에 따르면 유원상의 제구력은 아직 ‘왔다 갔다’ 하는 편이라고. 안정된 수준은 아니라는 뜻이다. 구위가 좋음에도 불구하고 몸쪽 승부를 하지 못하는 것도 제구력 부재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시속 145km 내외를 꾸준히 찍는 직구는 볼 끝이 묵직해 타자들에게 쉽게 공략당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비록 1군 데뷔전이었던 8일 문학 SK전에서 김재현에게 시속 145km 직구를 던지다 우월 홈런을 맞았지만 배트스피드가 빠르기로 소문난 김재현이기에 가능한 한 방이었다. 유원상의 묵직한 공은 한가운데로 몰리지 않는 이상 정타로 때려내기가 쉽지 않다. ▲ 어깨 부상서 회복한 김경선 지난 2002년 2차 7번으로 지명된 후 고려대를 거쳐 지난해 계약금 1억 원을 받고 한화에 입단한 김경선은 유망주로 분류됐다. 특히 김인식 감독이 남다른 관심을 표명했다. 고졸 유망주의 프로 직행이 일상이 된 프로야구에서 가능성이 있는 투수 유망주는 대개 고졸 선수가 많지만 김경선은 오히려 대학에서 기량이 발전한 경우였다. 지난해 스프링캠프 때만 하더라도 류현진과 함께 즉시 전력감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시범경기에서 예상치 못한 어깨 통증으로 1군 진입은 커녕 2군에도 나서지 못하며 1년을 통째로 쉬었다. 8월에 어깨 수술을 받고 재활에 들어가며 일찌감치 올 시즌을 겨냥했다. 올 시즌에도 지난해처럼 출발은 좋았다. 시범경기에 4차례 등판, 1실점한 롯데전을 제외한 나머지 3경기에서 3이닝 퍼펙트 피칭으로 위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또다시 어깨 통증이 재발, 재활군으로 떨어지는 불운을 겪었다. 다행스럽게도 통증이 오래 가지 않아 다시 공을 잡아 2군 경기에서 등판했지만 15경기에서 25이닝을 던져 승없이 1패1세이브 방어율 4.32라는 그저 그런 성적을 냈다. 지난 7월 7일 잠실 LG전에서 1군 데뷔전을 가졌으나 2⅔이닝 동안 홈런 하나 포함 5실점으로 호된 신고식을 치르는 등 후반기 시작과 함께 2군으로 가야했다. 하지만 9월 엔트리 확대와 함께 다시 1군으로 올라운 김경선은 지난 8일 문학 SK전에서 1이닝 무실점으로 컨디션을 조절했고 13일 삼성전에서 값진 홀드를 건져냈다. 직구의 평균 구속은 시속 140km 내외로 돋보이는 정도는 아니지만 안정된 제구력과 경기 운영 능력으로 승부한다. 릴리스 포인트가 눈 앞이 아닌 머리 뒤쪽에서 이뤄지는 투구 폼을 갖고 있음에도 제구력이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볼카운트가 0-2에서도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을 수 있을 정도. 또한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친 듯 낙차 크게 떨어지는 커브도 효과적으로 먹혀드는 무기다. ▲ 지친 불펜의 새 희망 한화는 최근 10경기에서 8승2패를 거두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불안한 불펜 때문에 고민이 크다. 마무리 구대성이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실질적인 불펜 에이스로 활약한 안영명이 부쩍 힘이 떨어진 가운데 송진우·문동환·권준헌 등 베테랑 불펜요원들도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불펜이 9회에만 5실점하며 화끈하게 불을 지른 9일 대전 현대전 역전패(3-8)는 그래서 더욱 뼈아팠다. 선발진이 안정된 만큼 최소한의 역할만 해줘도 된다는 것을 감안할 때 한화의 불펜은 여러 모로 아쉬웠다. 하지만 9월 엔트리 확대에 맞춰 나란히 1군으로 진입한 ‘애증의 대상’ 유원상과 김경선이 나란히 1군 무대에서 가능성을 실현시키기 시작하면서 불펜의 새 희망으로 떠올랐다. 한화로서는 2위 싸움도 중요하지만 포스트시즌을 바라볼 때에도 이들의 역할은 중요하다. 불펜 에이스 안영명이 56경기에서 89⅔이닝을 소화하며 무리한 탓인지 9월 4경기에서 1패 방어율 6.75로 극도의 부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안영명이 포스트시즌에서 불펜의 핵으로 해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감안할 때 남은 페넌트레이스 기간 동안 부하를 줄일 필요가 있다. 그 부하를 줄이기 위해서 유원상과 김경선의 활약이 필요하다. 큰 역할이 아닐지도 모르나 작은 부분 하나하나가 모여 우승이라는 결실을 만든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떠올린다면 유원상과 김경선도 한화의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절대 목표를 향한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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