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의 굴레인가. 요미우리 이승엽(31)이 4번타자 복귀 이후 슬럼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시적인 적응 과정일 지는 모르겠지만 4번타자로 돌아온 뒤 5경기에서 이승엽의 성적은 22타수 3안타(.136), 1타점에 그쳤다. 물론 화끈한 홈런은 없었다. 하라 다쓰노리 감독은 이승엽이 이틀동안 4개의 홈런을 터트리자 지난 9일(한신전)부터 4번으로 복귀시켰다. 어깨통증과 엄지손가락 염증으로 악전고투를 하자 하위타순으로 배치했지만 이젠 됐다 싶었는 지 4번타자로 기용했다. 그러나 14일 히로시마전까지 10연타석 무안타의 침묵에 빠져있다. 특히 이날 경기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5-8로 추격한 9회말 1사 만루에서 히로시마 소방수 나가카와에게 3구 삼진을 당했고, 8-8이던 연장 11회말 무사 1,3루에서는 2루 땅볼로 물러났다. 두 번의 찬스에서 결정타 한 방만 날렸다면 영웅이 될 수도 있었고 4번으로 다시 불러준 하라감독에게 보답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찬스에 대한 부담 탓인지 이승엽은 방망이를 시원스럽게 돌리지 못했고 영웅의 기회를 다른 선수에게 넘겨주었다. 그 만큼 4번의 자리는 힘들다. 7번 타자로 밀리자 이승엽은 "기분 좋은 일은 없겠지만 하위 타선에서는 편하게 야구 할 수는 있겠다"고 밝힌 바 있었다. 그만큼 스스로도 4번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었다. 하라감독은 이승엽이 4번으로 호쾌한 홈런과 결정타를 날려주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하라감독이 부진에 빠진 이승엽을 계속 4번으로 기용할 지 아니면 변화를 주게 될 지는 모른다. 돌아온 4번 이승엽이 남은 순위경쟁에서 이날 히로시마전의 수모를 갚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