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톱타자를 주목하라’ 두산·삼성·한화의 2위 경쟁에서 주목해야 할 선수들은 바로 톱타자들이다. 중심타자들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그 앞에서 많이 출루해 상대 배터리를 최대한 괴롭히는 톱타자들의 역할은 지대하다. 물론 주루와 수비에서도 해야 할 것이 많다. 공수주 삼박자에서 얼마나 많은 활약을 하느냐에 따라 팀의 보이지 않는 2%를 채우며 전력 그 이상의 것을 얻어낼 수도 있다. 어쩌면 2위 싸움도 두산 이종욱(27), 삼성 박한이(28), 한화 고동진(27) 등 톱타자들이 희비를 가를지 모른다. ▲ 이종욱, 최고 톱타자 이종욱은 명실상부한 올 시즌 최고의 톱타자다. 113경기에서 타율 3할1푼3리·132안타·76득점·42도루를 기록하며 리드오프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고 있다. 지난해 2할8푼4리였던 타율은 무려 3푼 가량 끌어올린 것에서 나타나듯 타격에서 장족의 발전을 이룬 것이 돋보인다. 게다가 최다안타·득점·도루 모두 2위에 랭크될 정도로 고른 활약을 펼쳤다. 출루율도 3할7푼7리로 높은 편이다. 단 하나의 실책도 없는 중견수 수비력도 설명이 필요 없다. 공수주 삼박자를 두루 갖춘 전형적인 리드오프의 역할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종욱의 또 다른 강점은 역시 적극적인 베이스러닝이다. 이종욱은 도루의 4S(스타트·스피드·슬라이딩·센스)를 모두 갖춘 공격적인 베이스러닝을 펼친다. 지난해 이종욱의 도루성공률(0.879)은 40도루 이상을 기준으로 할 때 2004년 전준호(0.883) 다음 가는 기록이었다. 올 시즌 도루성공률(0.778)이 다소 떨어졌지만 그래도 높다. 비단 도루뿐만 아니라 틈날 때마다 한 베이스씩 더 노리는 과감한 베이스러닝이 때때로 상대 수비의 균열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보이지 않는 공헌도가 크다. 또한, 이종욱은 톱타자지만 득점권 타율이 무려 3할9푼5리이며 타점도 42개나 된다. 클러치 능력까지 갖춘 보기 드문 공수주 톱타자가 바로 이종욱이다. ▲ 박한이, 베테랑 톱타자 삼성의 ‘붙박이 톱타자’ 박한이는 올 시즌 데뷔 후 가장 부진한 모습이다. 109경기에서 2할7푼4리의 타율을 기록하는데 그치고 있다. 2003년(0.322)을 기점으로 매년 타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좋지 못한 징조다. 그래도 특유의 선구안을 바탕으로 61개의 볼넷을 기록, 출루율은 3할6푼6리로 괜찮은 편이다. 박한이는 매년 60개 이상의 볼넷을 기본적으로 얻어내는 참을성 좋은 톱타자다. 그러나 삼성이 심각한 타격침체에 시달리며 ‘3점 라이온즈’의 수모를 당하고 있는 것은 공격의 포문을 제대로 열지 못하고 있는 톱타자 박한이의 부진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박한이는 올해로 프로 7년차가 된 베테랑 톱타자다. 2001년 데뷔할 때부터 줄곧 톱타자로 활약했다. 이종욱이나 고동진과 나이대는 비슷하지만 경험이나 노련미는 박한이가 압도적이다. 2000년대 프로야구 최강자로 군림한 삼성이 본격적으로 강해진 것도 박한이의 입단과 무관치 않다. 올 시즌 도루가 10개에 불과한 것에서 나타나듯 주력이 떨어졌고, 실책이 6개나 될 정도로 외야 수비가 불안한 것이 사실이지만 꾸준히 제 몫을 해내는 스타일이다. 올 시즌에도 전반기에 2할5푼에서 6푼대를 맴돌았으나 8월 이후 타율 2할9푼6리를 기록할 정도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베테랑의 진가는 큰 경기와 가을에서 빛을 발하는 법. 삼성이 박한이를 믿는 이유다. ▲ 고동진, 화끈한 톱타자 냉정하게 바라볼 때 올 시즌 고동진의 성적은 매우 불만족스럽다. 111경기에서 기록한 2할4푼9리라는 타율은 명색이 다이너마이트 타선으로 불리는 한화에서 낙제점에 가깝다. 하지만 거포들만 우글우글한 한화에는 고동진만한 톱타자가 없는 게 현실이다. 고동진 역시 화끈하게 몰아칠 때는 화끈하게 몰아치는 다이너마이트 성향이 강하다. 올 시즌 무안타 경기가 무려 50경기나 있었지만, 2안타 이상 기록한 멀티히트 경기가 19차례나 있었고 그 중 2차례는 5타수 5안타 경기였다. 한화 입장에서는 매경기 꾸준하게 안타를 치고 볼넷을 얻어 출루하는 톱타자가 절실한 상황이라 고동진의 화끈한 들쭉날쭉함이 아쉬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고동진의 남다른 주루센스와 안정된 외야수비는 그의 가치를 빛나게 하는 대목이다. 도루는 9개밖에 되지 않지만 주루플레이는 한화 선수 중 가장 좋은 것으로 평가된다. 발이 빠르고 어깨도 좋아 외야수로서도 합격점이다. 보이지 않는 작은 플레이에서 약점을 안고 있는 한화에서 고동진은 공수주를 넘나들며 팀의 부족한 2% 메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클러치 상황에 강하다는 점. 고동진의 득점권 타율은 무려 4할6리로 톱타자 중 넘버원이다. 큰 경기에도 강하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에서 MVP를 차지하는 등 포스트시즌 12경기에서 36타수 13안타, 타율 3할6푼1리로 맹활약한 바 있다. 고동진이 화끈해지면 그 누구도 쉽게 저지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