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쟤는 왜 우리만 만나면 펄펄 날아요". 지난 12일 수원구장 현대전을 앞둔 김경문(49) 두산 베어스 감독은 김시진(49) 현대 유니콘스 감독을 만나자 하소연을 했다. 김경문 감독은 김시진 감독에게 "이택근이는 왜 우리만 만나면 펄펄 나는지 모르겠다. 피곤할 정도로 잘한다"며 두산전서 맹타를 휘두르는 이택근에 대한 곤혹스러움을 드러냈다. 김경문 감독으로선 치열한 2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관계로 순위권에서 밀려난 현대전서는 쉽게 승리해야 하는 처지인데 이택근의 활약이 꺼림칙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11일 경기서는 11-2로 가볍게 승리했던 두산은 12일 경기서는 9-7로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이택근은 11일 경기서 솔로 홈런 등 2안타로 분전하더니 12일 경기서는 3안타를 때리며 물오른 타격감을 과시하며 팀승리에 기여했다. 현재 타율 3할1푼9리인 이택근은 시즌 초반 두산전서는 평범했으나 후반 두산전서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올 시즌 두산전서 52타수 17안타로 3할2푼7리의 고타율로 시즌 타율보다도 높다. 이택근이 이처럼 두산전에 더욱 열을 내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해 도하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로 출전했으나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던 이택근은 올해 2008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전(12월.대만)에 또다시 대표선수로 출전하기 위해 대표팀 사령탑인 김경문 감독에게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기 위함이다. 이택근은 올림픽 메달로 병역특례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대표팀 발탁이 절실하다. 소속팀 두산의 2위 수성과 대표팀 선발을 위한 선수 점검을 동시에 하느랴 바쁜 김경문 감독으로서는 '울수도 웃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소속팀을 위해선 상대팀의 대표 후보선수들이 잘하면 안되는 일이지만 시즌 후 대표팀을 생각하면 후보 선수들이 펄펄 날아줘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다. 이택근처럼 군미필자 대표선발 후보선수들(예비 엔트리 포함된 선수들)은 두산과의 경기에서는 더욱 집중을 하고 달려든다. 롯데의 우완 선발 투수 송승준도 비슷한 케이스다. 그러니 김경문 감독으로선 피곤한 노릇이다. 급기야 김경문 감독은 '국가대표팀 감독은 전임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현역 감독이 구단 성적과 대표팀을 함께 챙기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작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 한국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던 김인식 한화 감독도 김경문 감독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드림팀'을 이끌고 한국의 4강 진출 위업을 달성, '국민감독'으로 인정받았던 김인식 감독은 당시 대표팀과 소속팀을 함께 지도하기에 벅찼던 경험을 털어놓으며 김경문 감독의 고충을 이해했다. 두산은 순위 싸움과 상관이 없어진 하위권 팀들과의 대결에서도 고전하고 있는 요인 중 하나가 김경문 감독에게 잘보이기 위한 상대팀 대표 후보선수들의 활약이다. 한마디로 두산은 대표 선발을 고대하고 있는 선수들의 '스파링 파트너'인 셈이다.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