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홍성흔(30)의 애칭은 '홍포'다. '홍성흔=포수'의 줄임말이다. 그러나 올 시즌부터 홍성흔은 사실상 주전 포수 자리를 채상병에게 내줬다. 홍성흔이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간 사이에 채상병은 자리를 굳혔다. 이를 두고 두산팬들은 채'상병'이 채'대장'됐다고 했다. 김경문 두산 감독은 지난 8월 중순 홍성흔이 1군 복귀한 뒤에도 채상병을 주전 포수로 쓸 방침을 밝혔다. 때문에 홍성흔은 현재 지명타자로 나서고 있다. 선발 포수로 나선 적도 있었지만 결과가 가히 좋지 못했다. 그렇다고 두산의 팀 분위기에 이상 징후는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지명타자이기에 수비 시 벤치에 앉아있는 홍성흔이 솔선수범해 분위기 메이커 노릇을 해주는 덕분이다. 지난 15일 잠실 한화전이 그랬다. 7회 리오스가 위기를 넘기고 마운드를 내려오자 제일 먼저 뛰어나와 격려해준 이가 홍성흔이었다. 주장인 홍성흔이 이러니 이승학 등 신참급들도 적극적으로 동료들을 맞았다. 경기력 면에서도 나쁘게 말하면 반쪽 선수가 됐지만 홍성흔은 그 반쪽을 훌륭히 살려나가고 있다. 지난달 25일 현대전부터 11경기 연속 안타 행진 중이다. 지난달 14일 1군 복귀 이래 20경기 중 16경기에서 최소 1개 이상의 안타를 쳐냈다. 홍성흔은 8월 22~24일 3경기 연속 안타를 보태지 못했는데 공교롭게도 이때 두산은 3연패에 빠졌다. 김경문 두산 감독은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얼마 전 박찬호, 이승엽을 두고 "서서만 있어도 좋으니 대표팀에 와 달라"는 요지의 말을 했다. 그러나 정말로 서 있기만 해도 뽑아야 될 선수는 홍성흔일지 모른다. 지난 2006년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때처럼 말이다. sgoi@osen.co.kr 지난 8월 23일 잠실 경기서 홍성흔이 투구에 맞은 뒤 SK 선발 투수 레이번을 쳐다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