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혁, '최고령 20-20' 물 건너가나
OSEN 기자
발행 2007.09.17 13: 28

[OSEN=이상학 객원기자] 20-20 클럽도 꿈의 기록이 되는 것일까. 호타준족을 상징하는 20홈런-20도루가 점점 희귀 기록이 되어가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20-20 클럽은 지난 2003년 KIA 이종범이 20홈런-50도루로 최고령(33세 28일) 기록을 세운 게 마지막이다. 올 시즌마저 20-20 클럽 멤버가 나오지 않는다면 4년째 대가 끊기게 된다. 물론 아직 가능성은 남아 있다. 올 시즌 유일한 20-20 도전자라 할 수 있는 ‘살아있는 전설’ 양준혁(38·삼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일한 희망이었던 양준혁도 점점 기록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다. 17일 현재 양준혁은 109경기에서 21홈런·17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8월 이후에는 홈런과 도루를 각각 하나씩 추가하는 데 그쳤다. 내심 30홈런에 대한 욕심도 있었지만 7월 13일 수원 현대전 한 경기 3홈런을 고비로 홈런포가 잠잠해졌다. 도루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지난달 17일 잠실 LG전에서 홈으로 전력질주를 하다 왼쪽 발목 인대를 다쳐 3경기에 결장한 바 있는 양준혁은 아직 발목이 완치되지 않은 상황이라 주루플레이가 조심스럽다. 마지막 도루는 8월 4일 대구 SK전이다. 사실 홈런의 감소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최근 몇 년간 양준혁의 홈런포는 전반기에는 폭발했으나 후반기를 거듭할수록 가뭄에 콩 나듯 줄어들었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적어도 상당한 파워가 필요한 홈런에 있어서는 오랜 시간 괴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 20홈런을 넘어선 것만으로도 굉장한 것이다. 도루 역시 홈런만큼이나 놀라운 대목이지만 시즌 중반부터 상대팀에서 경계심을 갖기 시작하고 부상 악재까지 겹치면서 3개의 도루를 추가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양준혁 본인도 스스로 20-20 클럽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당장 눈앞의 개인 이익보다는 가까운 미래 팀의 우승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는 것이 양준혁의 의지. “20-20 클럽은 숫자에 불과하다. 팀에 보탬이 되면서 기록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양준혁의 말이다. 삼성 타선에서 양준혁이 차지하는 비중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다. 타율 3할2푼4리로 팀 내 리딩히터를 달리고 있으며 타자로서 순수 생산력을 측정하는 잣대가 되는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1.008)도 가장 높다. 치열한 2위 다툼에서 양준혁이 무리한 플레이로 부상을 당하는 것은 삼성으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다. 남은 14게임서 3개의 도루만 추가하면 된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양준혁의 생애 4번째이자 한국 프로야구 29번째 20-20 달성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