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한화 김인식 감독은 우천으로 연기된 지난 16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심판들의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올 시즌부터 좌우 폭을 줄이고 상하 폭을 넓힌 스트라이크존이 다시 좌우가 늘어나고 상하가 줄어들며 종전으로 회귀한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이 자리서 김 감독은 스트라이크존의 회귀와 함께 다니엘 리오스(두산·35)를 거론했다. 김 감독은 리오스가 좋은 투수라는 전제 하에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오스는 올 시즌 달라진 스트라이크존에 고전할 것으로 전망됐다. 리오스의 승부구는 바깥쪽 꽉 차는 직구와 횡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 그러나 달라진 스트라이크존에서는 바깥쪽 코너워크를 활용하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슬라이더의 효용 가치도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로 리오스의 4월 성적은 2승 2패 방어율 3.27로 지극히 평범했으며 9이닝당 사사구도 3.55개로 비교적 많은 편이었다. 올 시즌을 통틀어 리오스의 9이닝당 사사구는 2.95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리오스의 9이닝당 사사구는 5월부터 2.96개로 줄어들었다. 스트라이크존이 서서히 예년처럼 회귀하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다. 6월에 3.55개로 상승한 9이닝당 사사구는 7월 2.25개로 다시 줄더니 8월 이후에는 2.77개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사사구 수치가 스트라이크존의 영향이라고만 볼 수는 없지만 시즌 초반 달라진 스트라이크존의 영향으로 볼넷이 대거 속출했던 것을 감안하면 사사구 수치를 근거로 삼을 이유는 충분하다. 리오스는 몸쪽 승부를 즐기는 투수로 유명하다. 매년 15개 이상을 기본으로 마크하는 등 개인통산 사구가 무려 124개나 된다. 올 시즌에도 사구 부문에서 15개로 1위에 랭크돼 있다. 하지만 리오스의 몸쪽 승부는 결정구가 아니다. 리오스의 투구 패턴은 대개 몸쪽 승부로 타자에게 위협을 준 후 바깥쪽 직구를 결정구로 삼는다. 좌우의 폭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스타일이다. 대다수 타자들이 상하보다는 좌우에서 거리감을 느낀다는 것을 감안하면 리오스의 몸쪽 위협구에 이은 바깥쪽 직구는 굉장히 위력적인 무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스트라이크존의 영향이 전부라고 할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리오스는 제구력이 좋은 투수다. 공 하나를 빼고 넣는 핀포인트 수준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몸쪽과 바깥쪽으로 자유자재로 코너워크를 할 수 있는 수준은 된다. 제구력이 좋은 투수들은 타자뿐만 아니라 심판들의 스트라이크존까지 흔들 수 있는 마법을 지니고 있다. 심판도 초정밀 컴퓨터가 아닌 사람인 만큼 제구력이 좋은 투수의 공에는 고유의 스트라이크존이 흔들릴 가능성이 아무래도 높다. 리오스 특유의 시원시원하고 빠른 투구 템포는 이 같은 마법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요소 중 하나다. 게다가 올 시즌 리오스는 타자 무릎 근처로 떨어지는 싱커의 빈도를 늘려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횡으로 휘어지는 슬라이더에 상하로 떨어지는 싱커까지 장착하며 위력을 배가시켰다. 다시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의 효과를 보고 있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MVP급 시즌을 보내고 있는 리오스의 성적이 전적으로 스트라이크존에 기인한다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스트라이크존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에 높은 점수를 줘야 할지도 모른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외국인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토종선수를 능가하는 친화력과 투철한 프로정신을 갖춘 리오스는 진정한 프로페셔널이다.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 스트라이크존도 어쩌면 하늘이 스스로를 도운 리오스에게 감복한 영향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