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포지션에 3명, 그래도 믿을맨은 이영표뿐’. 토튼햄 핫스퍼의 사령탑 마틴 욜 감독은 요즘 좌불안석이다. 당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성적 부진과 맞물린 경질설이 나돈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후보군까지 심심찮게 거론되는 실정이니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사정은 뻔하다. 이번 2007-2008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최고였다. 영국 현지 언론들은 토튼햄이 적어도 5위 이내에는 포함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고, 심지어 일각에선 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주어지는 ‘Big 4’에도 포함될 것이란 예측도 했다. 그러나 뚜껑이 열리자 예상과는 전혀 다른 구도가 펼쳐졌다. 토튼햄은 첫 경기부터 죽을 쑤더니 6경기를 마친 현재 1승1무4패로 리그 17위까지 내려앉았다. 자칫하면 강등권까지 추락할 수도 있는 상황. 구단 상부층에서 욜 감독의 지도력에 의심을 품는 것은 당연하다. 모든 게 기대와는 정 반대로 돌아가는 최악의 상황속에 그래도 욜 감독에게 희망을 주는 몇 안되는 선수중 하나가 바로 이영표(30)다. 아이러니하게도 불안한 수비진의 모습이 이영표에게 더 좋은 쪽으로 작용했다. 장기간 부상으로 빠져있는 레들리 킹의 공백은 토튼햄의 수비 불안정을 가져왔고, 프리미어리그 20개 클럽중 꼴찌에서 두 번째인 11실점이란 치욕스런 결과를 냈다. 그 뒤에는 15실점의 더비 카운티가 유일하다. 지난 4월 세비아와의 UEFA컵 경기에서 심각한 부상을 당했던 이영표는 복귀 이후 치러낸 올시즌 경기에서 줄곳 안정된 몸놀림으로 욜 감독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웨일즈 출신‘영건’ 가레스 베일(18)의 영입으로 이영표가 백업으로 밀려날 것이란 예상도 모두 틀렸다. 욜 감독은 이영표를 왼쪽 풀백으로 포진시키기 위해 본래 수비수인 베일을 미드필더로 올렸고, 이같은 전략은 토튼햄의 왼쪽 측면이 특히 강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이영표와 베일이 모두 수비 지향적 선수이기 때문에 디펜스에만 초점을 둘 것이란 언론의 전망은 어긋났다. 지난 주말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열린 아스날과 ‘북런던 더비’ 결과(1-3 패배)는 아쉬웠지만 이영표는 왼쪽 풀백으로 수비진에서 유일하게 제 몫을 해냈다. 잦은 실수를 범한 오른쪽 풀백 파스칼 심봉다는 물론, 도슨과 카불 등 중앙 수비진은 붕괴됐어도 이영표는 굳건했다. 지난 시즌 포지션 라이벌로 줄곳 경쟁을 벌인 아소-에코토가 최근 부상에서 회복, 선수단에 복귀해 팀 트레이닝에 참가하고 있음에도 이영표의 입지가 여전히 탄탄한 이유다. 다만 심봉다의 불안한 플레이가 계속될 때 오른쪽 측면으로 옮기는 경우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오는 24일 오전 4시(한국시간) 토튼햄은 키프로스 명문팀 아노소시스 파나구스타와 이번 시즌 UEFA컵 첫 경기를 갖는다. 최근 무기력한 팀 분위기속에 꾸준한 활약을 펼쳐주고 있는 이영표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무척 기대되는 한판이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