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준이 형, 기사도 좀 써주세요". 지난 15일 문학 한화전에 맞춰 갈비뼈 부상을 딛고 1군 복귀한 SK 이진영은 룸메이트 이호준을 보더니 취재진에게 이런 말을 던졌다. 매스컴이 두산 김동주에게만 너무 관심을 쏟느라 역시 시즌 후 FA가 되는 이호준(31)을 홀대하는 것 아니냐는 투정(?)이었다. 사실 이호준은 올 시즌 FA 중 '넘버 투'라 할 만한 준척급이다. 병역 파동으로 인해 2006년을 통째로 쉬었고, 올 시즌 직전에도 야쿠르트와의 오키나와 평가전 도중 손가락 부상을 입어 개막 엔트리에 끼지 못했다. 그러나 복귀 후 이호준은 92경기에 나와 타율 3할 1푼 11홈런 60타점으로 천부적 타격능력을 입증했다. 규정타석 미달이지만 타율 3할은 SK에 온 이래 처음이다. 또 안타 1개만 더 치면 지난 2004년 이후 3년 만에 100안타를 달성한다. 전원야구를 표방하는 김성근 SK 감독 밑에서도 이호준은 3루수 최정과 함께 붙박이로 기용됐다. 그럼에도 1위팀의 4번타자 이호준이 2위팀의 4번타자 김동주에 비해 덜 부각되는 주된 이유는 SK 잔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SK는 여지껏 자체 FA는 대부분 잔류시키는 기조를 취했다. SK가 일찌감치 김동주 영입에서 손을 뗀 이유 중 하나도 이호준의 잔류를 염두에 뒀기 때문일 터이다. 더구나 이호준 역시 1루 자원이 넘쳐나는 현 프로야구의 흐름을 봤을 때, SK 잔류가 현실적이다. 따라서 SK의 한국시리즈는 이호준의 FA 가치 산정 쇼케이스 무대나 다름없다. 큰 경기에서 4번타자로서 해결사 능력을 보여주느냐 여부에 따라 몇 억 원이 왔다갔다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