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LG 박명환(30)이 이대로 시즌을 접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12일 대전 한화전에서 1회 공 6개를 던지고 오른쪽 어깨 근육통을 이유로 강판된 박명환은 통증이 심하지는 않지만 회복세가 빠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LG로서는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두산 시절부터 박명환은 ‘유리몸’으로 유명했다. 부상이 잦았고 그만큼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투수였다. 4위 한화와의 승차가 5경기에 달하는 LG는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만큼 남은 기간 박명환을 무리하게 등판시키는 것보다는 다음 시즌을 내다보는 쪽으로 기울었다. 박명환은 올 시즌 25경기에 선발등판, 147이닝을 소화하며 10승5패 방어율 3.06을 기록했다. 박명환이 선발등판 경기 25회를 채운 건 방어율(2.50)·탈삼진(162개) 타이틀을 차지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낸 2004년(26회) 이후 3년 만이다. 경기당 평균 투구이닝은 5.88이닝이지만 12일 한화전을 제외하면 24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6.13이닝을 던졌다. 지난 2년간 매년 선발등판 평균 투구이닝이 감소했지만 올 시즌에는 2004년(6.10이닝)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했다. 그것도 9월 초까지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키며 거둔 기록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내구성만이 아니다. 투구의 질도 한층 좋아졌다. 올 시즌 박명환은 25차례 선발등판에서 18차례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다. 퀄리티 스타트 성공률은 72.0%. 최고의 시즌이었던 2004년(57.7%)보다 훨씬 높다. 5이닝만 무적인 투수가 아니라 매경기 6이닝을 소화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상대 타선을 봉쇄하는 투수로 발돋움한 것이다. 비록 9이닝당 탈삼진이 6.98개로 통산기록(8.33개)에 비해 줄었지만 그만큼 강약을 조절하는 투구 패턴에 눈을 떴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과가 박명환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김재박 감독의 배려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재박 감독은 박명환이 FA 이적을 결정짓자마자 ‘관리’를 약속했다. 올 시즌 박명환의 등판 간격일은 평균 6.6일. 5일 내지 6일 쉬고 선발 등판하는 것을 기본으로 했다. 8월 중순부터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선발투수들을 불펜에 대기시키는 총력전을 선언했지만, 박명환만큼은 예외로 두었다. LG의 트레이닝 시스템도 훌륭했지만 이 같은 코칭스태프의 관리와 배려도 올 시즌 성공의 요인이다. 그러나 정확히 10승만을 채운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난달 10일 광주 KIA전에서 20경기 만에 10승을 채운 후 5경기에 더 등판했지만 승수를 추가하지는 못했다. 특히 지난달 28일 잠실 롯데전 7이닝 1실점, 7일 잠실 SK전 8이닝 2실점의 호투에도 불구하고 승리투수가 되지 못해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박명환의 10승은 그냥 10승이 아니다. 1990년 창단 후 18년째 LG의 10승 투수의 명맥을 이어가는 10승이었으며 그 중 4승은 팀을 5연패 위기에서 구해낸 승리였다. 그리고 팀의 오래된 전통이 되어버린 ‘외부영입 실패’의 악습을 끊는 10승이기도 했다. LG는 ‘노송’ 김용수 이후 에이스다운 에이스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박명환은 올 시즌 LG에서 에이스가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비록 10승 그 이상을 채우지 못했지만, 아쉬움이 남을 때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와 갈망은 더욱 커진다. 2007시즌 절반의 성공은 박명환이 다음 시즌 남은 절반의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동력원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