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대표 후보들, "전쟁이라뇨? 우리는 축제인데요"
OSEN 기자
발행 2007.09.19 16: 36

"전쟁이라고요? 아뇨, 저희는 축제를 벌이는 중이랍니다". 마치 여느 대학 축제라도 온 듯한 분위기. 온천지 사방에서 들려오는 함성과 응원 소리에 귀청이 떨어질 것만 같다. 2007~2008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시리즈에 나설 국가대표 선발전이 열린 19일 오후 안양 실내빙상장. 누군가의 말마따나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치열한 전쟁터다. 하지만 놀랍게도 분위기는 예상과는 정반대다. 대기실의 선수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즐겁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고 군데군데 웃음꽃이 만발한다. 수다 떠는 것은 남자 선수들도 여자 선수들 못지 않다. 뭘 그리도 할 말들이 많은지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 것 같다는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선배도, 후배도 모두 다정한 모습들이다. 링크 내에서만 적이었을 뿐 역시 다같은 동료였다. 19일부터 20일까지 이틀간 지속될 대표 선발전은 지난 4월 제22회 전국 종합선수권서 남녀부 종합 24위에 든 총 48명을 대상으로 치러지고 있다. 올 3월에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나란히 남녀부 종합 우승을 차지했던 안현수(한국체대)와 진선유(단국대)는 자동으로 대표팀에 선발돼 이번에 출전하지 않았다. 이날에는 남녀부 1500m와 500m가 열렸다. 20일 진행될 1000m와 3000m를 합해 4종목의 점수를 합산해 남녀 상위 4명씩을 가려낼 예정이다. 낯익은 얼굴들이 여럿이다. 남자부에선 이호석(20, 경희대) 성시백(19, 연세대) 서호진(23, 서울시청) 등이 나섰고 여자부에는 변천사(19, 서울일반) 전지수(21) 정은주(19, 이상 한국체대) 등이 출전했다. 결과는 냉정했지만 링크에서 나오자마자 곧바로 "형(언니) 동생"으로 호칭이 바뀐다. 어린 선수들이 극복하기 어려운 긴장과 고통이 반복됐어도 빙상장 스탠드를 채운 환호에 곧 입가로 미소가 번졌다. 선수들은 이러한 느낌을 오히려 즐긴다고 했다. 선발전이 전쟁처럼 올림픽보다 치열하다는 말은 사실이지만 자신들은 축제라고 생각한단다. 선수들의 개인 전담 코치들도 같은 생각이다. 실격한 선수에게 결과가 안타깝지 않느냐는 우문을 던지자 "더 잘타는 동료들에게 영광이 주어지는 게 아닌가요"란 현답이 곧 돌아왔다. 썰렁한 빙상장 냉기와는 대조적인 인간미와 정(情)이 넘쳤던 그곳은 다름아닌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 현장이었다. yoshike3@osen.co.kr 안양=황세준 기자 storkjo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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