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경기 100세이브' 오승환의 '명품' 조연들
OSEN 기자
발행 2007.09.20 08: 14

[OSEN=이상학 객원기자] 삼성 마무리 투수 오승환은 지난 18일 광주 KIA전에서 시즌 37세이브를 기록, 개인통산 100세이브를 달성했다. 지난 2005년 4월 27일 대구 LG전 세이브를 시작으로 초고속 스피드를 내며 100세이브를 쌓아올린 것이다. 역대 최소경기-시즌 100세이브 기록. 100세이브를 쌓아올리는 동안 180경기에서 방어율이 1.37밖에 되지 않고 블론세이브도 7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결코 오승환 혼자의 힘으로만 이뤄질 수 있는 기록이 아니었다. 100세이브이라는 새로운 성공산맥의 고원에 도달한 오승환이 그 고원에서 내려다보면 확인할 수 있는 사상 최강의 셋업맨들이 그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 ‘KO 펀치 1기’ 권오준 처음에는 OK 펀치였다. 오승환이 셋업맨이었고 권오준이 마무리였다. 2005년 오승환이 데뷔할 때만 하더라도 권오준은 주전 마무리투수였다. 선동렬 감독이 수석코치로 부임한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권오준은 풀타임 마무리 첫 해부터 위력을 과시했다. 2005년 6월까지 마무리로 등판한 29경기에서 권오준이 기록한 성적은 1승 17세이브 방어율 1.57. 특히 개막 첫 21경기에서 방어율 제로 행진을 벌였다. 그러나 6월부터 갑작스레 구위에서 난조를 보이며 오승환에게 불펜의 좌장격인 마무리 자리를 내주고 선발 전환을 꾀했으나 그것마저 여의치 않아 셋업맨으로 자리를 찾았다. OK 펀치가 KO 펀치로 전환하는 순간이었다. KO 펀치가 빛을 발한 것은 그 해 두산과의 한국시리즈부터였다. 3경기에서 7이닝을 던져 11탈삼진을 잡아내는 등 1승1세이브 방어율 제로를 기록하며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한 오승환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지만 권오준도 1~4차전 모두 등판해 3홀드를 기록하는 등 6이닝을 6탈삼진 방어율 제로라는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펼쳤다. KO 펀치가 도합 13이닝 동안 17탈삼진에 무실점으로 두산을 녹다운시킨 것이다. 그 위력은 지난해 절정에 달했다. 오승환은 한 시즌 최다 세이브(47)를 달성했고, 권오준은 한 시즌 최다 홀드(32)를 기록했다. 두 선수가 함께 등판한 51경기에서 삼성은 45승3무3패라는 기록적인 승률을 자랑했다. 권오준은 사이드암으로서 최고 시속 145km 내외를 오가는 빠른 공을 던진다. 볼 끝도 살아있다. 좌우 코너워크가 잘 되는 제구력도 수준급. 트레이드마크인 오른손 타자 무릎 아래로 가라앉는 서클체인지업이 국내에서는 최고 수준이다. 상호 보완적인 면에서도 오승환과 환상의 궁합을 과시했다. 강속구를 뿌리는 사이드암 권오준은 독특한 투구 폼으로 돌덩이 같은 직구를 던지는 오승환과 최상의 조화를 이뤘다. 두 선수 모두 빠른 공을 지녔고, 사이드암과 정통파로 투구 폼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이 경기 종반 상대팀 타자들의 어깨에 세근짜리 쇳덩이 같은 부담감을 안겼다. ▲ ‘KO 펀치 2기’ 권혁 지난 2년간 오승환과 불펜을 사수한 권오준은 올 시즌 그 후유증인지 잦은 부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무리를 한 것은 오승환도 마찬가지였지만 권오준의 경우에는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불펜에서 160경기에 등판해 296⅓이닝을 소화했다. 하지만 권오준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불펜은 끄떡없다. 오승환이 변함없이 위용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크지만 2004년 권오준과 함께 ‘쌍권총’을 형성한 왼손 파이어볼러 권혁이 부상에서 돌아와 불펜에서 맹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혁은 올 시즌 53경기에서 70⅔이닝을 던지며 7승1패19홀드 방어율 2.93이라는 수준급 성적으로 권오준의 공백을 말끔하게 메웠다. 권혁과 오승환의 궁합도 비교적 훌륭한 편이다. 삼성은 권혁과 오승환이 투입된 39경기에서 31승3무5패를 기록했다. 지난해 권오준과 오승환이 기록한 88.2%의 승률에는 못 미치지만, 그래도 80%에 육박하는 79.5%의 높은 승률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권혁이 홀드를 따낸 19경기 중 17경기에서 오승환이 세이브를 기록했으며 권혁이 거둔 7승 중 6승이 오승환의 세이브 아래 지켜졌다. 권혁이 셋업맨으로 등판해서 승리의 디딤돌을 놓고 오승환이 세이브로 경기를 매조지하는 것이 삼성의 승리 방정식이었음이 나타나는 대목. ‘KO 펀치 2기’가 1기 못지않은 영향력을 발휘한 것이다. 사실 시즌 초반에만 하더라도 둘의 궁합이 맞지 않다는 지적이 없지 않았다. 시즌 초반 오승환의 직구가 통타 당하거나 번번이 커트 당하며 고전하자 선동렬 감독은 권혁 다음으로 등판하는 것을 그 이유로 들었다. 150km를 상회하는 빠르고 묵직한 공을 던지는 권혁에 이어 등판하다보니 상대 타자들이 오승환의 공에도 익숙해졌다는 논리. 권혁의 9이닝당 탈삼진은 12.0개이며, 피안타율도 1할7푼4리에 불과할 정도로 구위가 압도적이다. 게다가 왼손 장신투수라는 프리미엄까지 있다. 하지만 오승환이 선동렬 감독의 관리 아래 구위를 회복해가자 권혁과도 상생 효과가 나기 시작했다. 비록 권혁이 8월 중순 2군에 다녀오는 등 부침이 있었지만 왼손·오른손 강속구 투수들의 조합은 역시 상대팀에게는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 엑스트라 안지만·윤성환 오승환의 100세이브에는 권오준이나 권혁 같은 초특급 셋업맨들도 있었지만 보이지 않게 허리진을 지키며 오승환의 세이브 디딤돌을 놓아준 엑스트라급 셋업맨들도 있었다. 8월 중순 권오준과 권혁이 모두 2군으로 내려가 있었던 11경기에서 삼성 불펜은 2승7홀드6세이브 방어율 0.93이라는 가공할 만한 위력을 뽐냈다. 6세이브 중 5세이브는 역시 오승환의 몫이었다. 권오준과 권혁이 없어도 이 정도 성적을 내며 오승환을 뒷받침했다는 것은 그만큼 삼성 불펜이 양적·질적으로 깊고 풍부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돋보인 존재가 바로 안지만이다. 2005년, 8승3패14홀드 방어율 3.48을 기록하며 오승환의 앞에 나서는 셋업맨 역할을 충실하게 소화해낸 안지만은 올 시즌에도 불펜에서 등판한 35경기에서 2승7홀드 방어율 1.76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선발등판(3승3패 방어율 4.34) 성적과 비교할 때 더욱 두드러지는 성적. 전형적인 불펜투수 타입이라 할 만하다. 선발로는 완급 조절에서 문제점을 안고 있으나 불펜에서는 140km대 초중반 직구를 맘껏 뿌리며 공격적인 피칭을 하고 있다. ‘커브의 달인’ 윤성환도 빼놓을 수 없는 오승환 100세이브의 조연이다. 올 시즌 처음으로 오승환과 함께 한솥밥을 먹고 있는 윤성환은 30경기에서 3승7홀드 방어율 1.04를 기록 중이다. 9이닝당 탈삼진이 무려 9.35개에 달하는 것에서 나타나듯 시속 140km 내외의 직구 구위가 좋으며 결정구로 사용하는 커브가 기가 막히다. 군복무로 2년간 공백기를 가진 투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오승환 앞에서 셋업맨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해내고 있다. 권오준-권혁-윤성환-안지만(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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