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 UEFA컵 결장에도 여전히 희망적인 이유
OSEN 기자
발행 2007.09.21 08: 45

아쉬웠어도 어찌 보면 당연한 결정이었다. 토튼햄 핫스퍼의 '초롱이' 이영표(30)의 UEFA컵 본선 1차전 출전은 불발됐지만 주전의 입지가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21일 오전(한국시간) 토튼햄은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펼쳐진 2007-2008시즌 UEFA(유럽축구연맹)컵 1라운드 아노르토시스(키프로스)와 일전에서 6-1 쾌승을 거뒀으나 이영표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최근 무릎 부상에서 회복한 베누아 아수-에코토와 웨일즈 출신의 18세 '영건' 개러스 베일이 번갈아 투입돼 왼쪽 측면수비를 책임졌다. 지난 주말 런던 홈구장에서 열린 아스날과의 '북런던 더비'에서 선발로 출장,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는 등 프리미어리그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이던 이영표는 이날 출전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UEFA컵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고 해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이영표가 최대 40경기가 넘는 한 시즌 일정서 홀로 왼쪽 풀백을 책임질 수는 없다. 제 아무리 강철 체력이라 해도 불가능한 일. 최악의 부진 속에 살얼음판 행보를 이어가는 마틴 욜 감독의 입장에서도 모처럼 팀에 복귀해 근래 정상적인 훈련을 해온 아수-에코토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마땅하다. 강팀을 상대로 한 중요한 경기에 부상에서 갓 돌아온 선수를 투입할 수는 없는 법이다. 이영표가 올 시즌 이미 여러 경기에 출전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쉼없이 정상 컨디션을 유지할 수 없다. 욜 감독은 또 종료 10여 분을 남기고 아수-에코토를 대신해 가레스 베일을 투입했는데, 이 또한 왼쪽 풀백으로서의 기량을 다시 한번 점검하는 차원으로 생각하는 편이 옳다. 이처럼 비중이 작은 경기들을 통해 여러 선수들의 기량을 고루 점검하는 것은 팀 전체를 생각할 때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욜 감독의 선택은 당연하다. 이번 UEFA컵 경기의 경우 부동의 골키퍼 폴 로빈슨이나 저메인 제나스,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등도 벤치만 지켰을 뿐 끝내 필드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골키퍼 체르니가 한 번 출전했다고 주전이 바뀌진 않는다. 물론 걱정스러운 부분도 아주 없지는 않다. 출전 명단에서 완전히 제외한 점이 마치 지난 시즌의 경우를 보는 듯해 석연치 않다. 부상자 복귀로 입지가 또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올 수 있다. 기량이 오락가락하긴 해도 공격 가담 능력은 뛰어난 아수-에코토, 탁월한 공격이 인상적인 베일과 펼칠 3대1 경쟁도 부담스럽긴 하다. 베일도 언젠가는 자신의 포지션으로 돌아오게 된다. 차라리 이영표가 올 시즌 풀타임 주전이라는 생각은 어쩌면 애초에 갖지 않는 게 좋다. 상대가 어떤 팀이냐에 따라 출전 여부가 갈릴 듯하다. 아스날전에서 입증했듯 상대가 공격적이라면 이영표의 투입이 절실할 수 밖에 없다. 아수-에코토의 복귀와 베일의 포지션 재배치로 인해 다시 시작된 왼쪽 풀백 경쟁 구도. 하지만 크게 비중없는 UEFA컵 1라운드 한 경기가 그간 쌓아올린 이영표의 위치나 위상을 송두리째 뒤흔들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yoshike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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