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룡(53) 없는 명절 극장가는 머리 속에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8세에 은막에 데뷔한 이 액션 스타는 그 후 45년 세월동안 무려 100여편의 영화를 찍었다. 할리우드로 본격 진출하기 전까지 아시아 무대를 주름잡았던 성룡. 다작을 하는 탓에 우리 명절 때면 그의 영화 한 편이 으레 극장에 걸리곤 했다.
아쉽게도 올 추석 연휴 극장가에서는 성룡을 볼 수 없다. 그가 주연을 맡은 할리우드의 인기 블록버스터 시리즈 '러시아워 3'가 한 주 늦춰 10월3일 개봉하는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코미디 액션 'BB 프로젝트'가 전국 개봉하면서 2004년 '80일간의 세계일주', 2005년 '신화'에 이어 3년 개근을 했었다.
간혹 빠진 자리가 보이지만 성룡의 국내 추석 극장가 출석 횟수는 경이로울 정도다. 영화진흥위원회 통계(1976년 시작)에 따르면 31년 동안 15회다. 2년에 한번 꼴로 상영된 추석 단골손님이 바로 성룡인 셈이다. 자료에 등장하는 첫 등장은 1977년 '신 당산대형'. 무협 액션이 흥행 코드였던 시절에 성룡은 특유의 코믹 연기를 적절히 섞어 확실한 스타 자리를 굳혔다.
최고 히트작은 79년 추석 때 막을 올린 무협 코미디 '취권'으로 서울 국도극장 단관 상영에서만 90만명 관객을 동원했다. 서울 관객 30만명을 대박 기준으로 삼던 시절, 그의 폭발적인 인기를 가늠케하는 대목이다.
추석 연휴를 살짝 비꼈거나 구정 명절 개봉한 영화까지 합치면 성룡의 명절 개봉 횟수는 훨씬 올라간다. 성룡의 영화는 어느 정도 흥행이 보장된 덕분에 대부분 수입됐고 70년대 후반~80년대 후반 홍콩영화 전성기 때는 한 해 두 세편씩이 동시에 개봉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새로 개봉할 '러시아워3'는 떠버리 크리스 터커와의 찰떡 궁합을 앞세워 3편까지 찍은 흥행작. 2000년대 들어 한국 내 성룡의 티켓 파워가 예전만 못하다지만 해마다 추석 때면 한가위 보름달만큼 기다려지는 게 성룡의 시원시원한 이목구비다.
mcgwir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