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객원기자] 세드릭 바워스(29·한화)와 케니 레이번(33·SK)은 올 시즌 나란히 처음으로 한국에 발을 딛은 외국인 투수들이다.
겉보기에 두 선수는 닮은 구석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흑인과 백인으로 겉모습부터 판이하게 다르지만 성격도 세드릭이 미소와 익살이 떠나지 않는 외향적인 타입이라면 레이번은 표정 변화가 없고 내성적이다. 위상도 다르다. 세드릭이 한화에서 제3선발로 활약하고 있지만, 레이번은 한국시리즈용 에이스임을 자각해야 할 제1선발이다.
하지만 의외로 두 선수는 닮은 구석도 많다. 세드릭은 좌완이고 레이번은 우완이지만 두 선수 모두 140km대 초중반의 묵직한 직구로 승부하는 파워 피처에 가깝다. 경기 종반까지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강견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두 제구력에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21일 선발 맞대결 전까지 두 선수는 볼넷 부문에서 나란히 1·2위를 달리고 있었다. 세드릭이 94개로 이 부문에서 압도적인 1위를 마크하고 있는 가운데 레이번이 77개로 그 뒤를 잇고 있었다. 경기당 평균 투구이닝도 레이번(5.80)이나 세드릭(5.64)이나 비슷했다. ‘어색한 닮은꼴’인 셈이다.
‘어색한 닮은꼴’ 세드릭과 레이번은 21일 대전경기에서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지난 8일 문학경기 이후 시즌 두 번째 맞대결. 당시 경기에서는 레이번이 8이닝 1피안타 4볼넷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으로 SK의 8-0 완승을 주도했지만 세드릭은 4이닝 동안 8피안타 2볼넷 5실점으로 뭇매를 맞으며 5회도 채우지 못한 채 조기강판 되어 패전투수의 멍에를 써야 했다. 하지만 21일 두 번째 선발 맞대결에서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바로 전인 13일 대구 삼성전에서 갑작스런 허벅지 통증으로 1회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던 세드릭은 ‘각성’하고 등판했다. 7이닝을 던지며 3피안타 3볼넷을 허용했지만 탈삼진을 무려 10개나 잡아내며 SK 타선을 1점으로 묶었다. 9이닝당 탈삼진이 8.09개로 선발투수 중 가장 높은 세드릭은 특유의 묵직한 직구에다 커브를 결정구로 활용하며 SK의 불붙은 강타선을 농락, 시즌 11승째를 따냈다.
반면 레이번은 5이닝 4피안타 4볼넷으로 3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 특히 6회말 한화 4번 타자 김태균에게 결승 투런 홈런을 맞으며 에이스의 체면을 구겼다. 한국시리즈용 에이스가 절실한 SK 입장에서는 이날 레이번의 피칭이 더욱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세드릭-레이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