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까지 벗어 던졌다. 그리고 누명도 벗겨졌다. 김성근 SK 와이번스 감독은 지난 21일 대전 한화 원정 도중 3차례나 덕아웃을 뛰쳐나와 항의를 했다. 한 번은 정경배의 3루 땅볼이 페어냐 파울이냐를 놓고 붙었고, 나머지 두 번은 임채섭 구심의 스트라이크존을 놓고 강력한 이의를 제기했다. 특히 7회초 정경배가 삼진 당할 때 바깥쪽 높은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자 김 감독은 불평하는 정경배에게 '들어오라'고 지시한 뒤 자신이 직접 나서 어필을 했다. 이어진 SK 수비 때 송은범의 스트라이크성 공이 볼 판정을 받자 김 감독은 '폭발'했다. 경기 막판 다시 쓰긴 했지만 모자까지 벗어 던졌다. 곁에 다가가기도 힘들 만큼 얼굴은 굳어 있었다. 결과적으로 SK는 1-3으로 패배했다. 한화 좌완 선발 세드릭(7이닝 1실점)에게만 삼진을 10개나 당했다. 삼성 좌완 용병 매존이 'SK 천적'으로 군림한 데에서도 알 수 있듯 우타자의 바깥쪽 코스를 심판이 어떻게 판정하느냐가 좌투수 선발시 SK 타선의 관건이다. 그런데 SK로서는 불행하게도 21일 임 구심의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은 과장 좀 섞으면 갤로퍼가 지나 다녀도 될 정도였다. 임 구심의 공정성이야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다만 그 존이 좌우폭을 좁히고 상하폭을 넓히도록 바뀐 스트라이크존과 부합하는지는 애매하다. 어쨌든 이 석패와 3차례에 걸친 김 감독의 항의로 SK는 '2위 고르기'란 편견에서 만큼은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됐다. SK가 한국시리즈 파트너로 껄끄러운 두산과 삼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한화에 져주기 경기를 할 것이란 음모론이 그 요지인데 21일 경기를 통해 '결백'이 입증된 셈이다. 어떤 언론에 따르면 이 얘기를 꺼낸 사람 중 한 명이 김경문 두산 감독이라는데 정말 그렇게 여겼다면 헛 짚어도 한참 헛 짚었다. 첫째로 '이길 경기-질 경기'를 나누고 그대로 실행할 수 있을 정도로 SK는 막강팀이 아니다. 둘째로 백번 양보해 SK가 2위 고르기를 한다손 치더라도 그 표적은 두산이 아니라 삼성이 되어야 '합리적'이다. 이 맥락에서 21일 한화전은 김성근 감독이 몸으로써 보여준 '2위 고르기' 악성 루머에 대한 반박이었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