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로비스트’의 고민, ‘대통령 방북’
OSEN 기자
발행 2007.09.22 10: 40

‘로비스트’가 대통령 방북 일정을 걱정하고 있다? 웬 뜬금없는 소리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는 사실이다. 장진영 송일국 한재석이 주연을 맡은 SBS TV 대작 드라마 ‘로비스트’가 노무현 대통령의 방북일정 때문에 신경이 예민해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첫 방송일이 노 대통령 방북 일자와 정확하게 겹치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내달 2일 방북길에 올라 3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4일 개성공단을 들러 귀국하는 일정을 준비하고 있다. 온 국민들의 관심이 대통령 방북에 쏠려 있을 것이 틀림없다. 수목드라마로 전파를 탈 ‘로비스트’는 10월 3일이 첫 방송일이다. 드라마 시장의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첫 단추를 잘 꿰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데 1, 2회 방송일이 대통령 방북 일정과 겹쳤다. 더구나 현재 수목드라마 시장은 엄청난 물량공세의 ‘태왕사신기’가 석권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로비스트’로서는 여러 가지 신경이 쓰일 수밖에. 그래서 SBS 드라마국과 편성국에서는 ‘로비스트’ 첫 방송을 한 주일 늦추는 방법을 심각하게 고민했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의 종영일을 한 주 늦추는 방법을 찾아 봤다.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영화나 특집 프로그램을 수-목요일에 편성하고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을 한 주 더 방송하게 하는 수가 있었다. 그러나 이런 대안들은 결국 고민만 하고 끝났다. 예정대로 10월 3일 ‘로비스트’를 첫 방송하는 걸로 결론을 내렸다.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은 ‘태왕사신기’의 기세를 하루 빨리 꺾어야 한다는 계산이다. 이미 4, 5회 방송에서 시청률 30%를 넘어 버린 ‘태왕사신기’를 그냥 내버려 둘 수 없는 절실함이 있다. 또 하나는 대통령의 방북이 ‘로비스트’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다. ‘로비스트’는 알려진 대로 국제 무기거래시장에서 암약하는 로비스트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기와 로비스트들의 이야기는 매우 현실적인 소재다. 노무현 대통령의 방북은 우리가 잠시 잊고 지냈던 북한의 존재를 새롭게 일깨울 가능성이 있다. ‘태왕사신기’라는 판타지 보다는 ‘로비스트’라는 현실을 선택할 가능성을 기대했다. 대통령의 방북이라는 엄청난 정치 이슈 때문에 별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드라마 제작자들이 때 아닌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이 재미있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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