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스스로 생각해도 야구가 느는 기분이다”. 보기 드물게 안경을 쓴 유격수인 현대 신예 황재균(20)이 거침없이 달려가고 있다. ‘반짝 스타’가 아닌 진정한 스타로 거듭나기 위해 전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올 시즌 후반기서 현대가 발굴한 최고 수확인 황재균이 시즌 막판 들어서 공수에서 더욱 힘을 내고 있다. 황재균은 최근 경기에서는 톱타자로서 성공 가능성을 점쳐보고 있다. 처음에는 9번타자로 출장하던 것과 비교하면 가파른 신분 상승이다. 그만큼 코칭스태프의 신뢰가 쌓여가고 있음을 알 수 있기도 하다. 9번에서 1번으로 올라온 황재균은 물 만난 고기처럼 펄펄 날고 있다. 지난 18일 수원 한화전서 데뷔 첫 1번타자로 출장해 5타수 2안타를 때리더니 21일 두산전서도 4타수 2안타로 날카로운 방망이를 휘둘렀다. 20일 두산전에는 6번타자로 기용되기도 했다. 김시진 현대 감독은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해 1번에도 쓰고, 6번에도 기용하고 있다. 발도 빠르고 원래 자질이 뛰어난 선수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요즘은 황재균 보는 낙에 산다고 한다. 후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기용된 황재균이 이처럼 인정을 받게 된 것은 상대 투수들의 견제를 이겨내고 있는 것은 물론 수비에서도 한층 안정감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8월초 8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벌이며 잘나가다가 투수들의 견제에 주춤하는 듯했으나 곧바로 자리를 잡고 녹록치 않은 방망이 솜씨를 과시하고 있다. 현재 타율 2할9푼8리로 3할을 눈앞에 두고 있는 황재균은 “처음 1군에 올라와 9번타자로 타석에 섰을 때는 상대 투수들이 볼카운트 2-0에서도 한가운데 직구로 승부했다. 그래서 쉽게 받아쳤는데 어느 순간부터 투스트라이크 이후 유인구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탓에 고전하며 타격 밸런스와 포인트가 흐트러졌으나 이제는 나도 상대 투수들을 분석하면서 대처할 수 있게 됐다”며 최근 호타의 비결을 밝혔다. 팀 성적이 좋지 않아 내색은 할 수 없지만 요즘 한 게임 한 게임이 즐겁다는 황재균은 “나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이 행운을 절대 놓치지 않겠다. 유격수로서 공격보다는 안정된 수비가 먼저이므로 올 시즌 종료 후 수비 훈련에 집중하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특급 유격수 박진만이 삼성으로 옮긴 후 무주공산이었던 현대 유격수 자리를 고졸 2년차 신예인 황재균이 혜성처럼 나타나 새 주인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