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수, '박지성의 성실성-이영표의 친화력' 갖추면 성공
OSEN 기자
발행 2007.09.22 11: 04

주사위는 던져졌다. 모든 준비가 완료됐고 이제 홀가분한 마음으로 네덜란드행 비행기에 몸만 실으면 된다. ‘미꾸라지’ 이천수(26)가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명문 페예노르트 로테르담에 안착한다. 등번호도 16번으로 확정됐다. 이제 공식 입단식만 치르면 어엿한 로테르담 일원이 된다. 오는 2008년 창단 100주년을 맞이하는 페예노르트는 현재 리그 최상위를 기록하고 있는 전통의 팀. 대체 어떤 의도에서 그런 코멘트를 했는지는 몰라도 한결같이 한국 대표팀을 거쳐간 3명의 네덜란드 출신 감독들은 이천수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페예노르트가 지불한 200만 유로(약 26억 원)는 헐값에 가깝다”고 주장했고, 히딩크 감독은 “모든 게 가장 잘 갖춰진 클럽을 이천수가 잘 선택했다”고 말했다. 핌 베어벡 감독 역시 이와 비슷한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생각하는 만큼 네덜란드 무대가 호락호락한 것만은 아니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배경으로 페예노르트에 진출했던 오른쪽 풀백 송종국도 적응에 끝내 실패, 국내로 복귀해야만 했던 씁쓸한 기억도 있다. 인간미 없고 냉정한 곳이 바로 유럽이다. 특히 전통적인 상업 국가 네덜란드는 철저한 이윤을 추구한다. 표현이 이상하지만 소위 ‘돈벌이’가 되지 않으면 엔트리에서 내쳐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용병의 경우 더욱 그럴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천수는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부단히 스스로를 단련해야만 한다. 일단 이천수는 가장 필요한 부분인 ‘당돌함’을 갖췄다. 자신의 의사를 꾸밈없이 분명히 전달할 수 있는 특별한 메리트를 갖고 있다. 베어벡 감독도 이 점을 후하게 평가했다. 하지만 이런 ‘당돌함’뿐만 아니라 실력 또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조금은 소극적인 성격의 박지성은 PSV 아인트호벤 시절 팀 적응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오직 성실함과 실력으로 능력을 인정받고, 선수라면 모두가 꿈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멤버가 됐다. 또 토튼햄 핫스퍼의 이영표같은 적극적인 성격과 융화력도 꼭 필요하다. 이영표는 박지성보다 좀 더 적극적이고, 친화력이 뛰어나다. 지난 6월 네덜란드 대표팀과 함께 내한했던 취재진들은 한결같이 “이영표는 동료들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났다”고 회상했다. 다른 동료들과 함께 어울릴 줄 아는 이러한 적극성이 이영표가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성공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 비결이 됐다는 의미다. 당연히 기초적인 네덜란드어와 영어도 어느 정도는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그라운드 안팎으로 생존하기 위해 무조건 갖춰야 할 요소. 뻔한 얘기다. 하지만 이천수 본인도 야망을 품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소시에다드로 이적했다가 금세 실패하고 돌아왔던 아픔이 있다. 그때의 실패를 거울삼아, 유럽 무대에서 성공한 다른 동료들의 장점을 분석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천수는 22일 출국 기자회견서“페예노르트에서 인정받고 프리미어리그로 진출하고 싶다”면서 “이번에는 절대 실패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당연하다. 이천수에게 이번 유럽행은 자신에게 주어진 축구 선수로서의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출발선상에 서게 된 이천수. 대부분의 한국 선수답지 않은 자신만의 적극성과 함께 성실함과 융화력을 모두 갖추고 로테르담에서 생활할 수 있다면 말비에크 감독의 신뢰를 받기는 크게 어렵지 않을 듯하다. yoshike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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