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분히 편의주의 행정이다. 국민을 위한다는 공기업이 5억 원이라는 큰 돈이 오가는 중대사안을 어떻게 공문 한 장 없이 처리할 수가 있느냐”. 대한야구협회(이하 야구협)가 ‘골리앗’ 국민체육진흥공단(이사장 박재호)을 상대로 ‘5억 원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야구협은 지난 7월 말 2007 KBO 총재배 전국유소년야구 대회(7월 24일~8월 5일. 포항) 경비로 잡아 놓았으나 갑자기 공중에 떠버린 예산 5억 원을 찾기 위해 최근 문화관광부에 조정을 요청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지원할 것으로 믿었던 5억 원을 받지 못하게 돼 곤경에 처한 야구협이 주무 부처인 문광부에 도움을 청한 것이다. 야구협은 지난 2년간 했던 것처럼 대회 경비에 들어갈 예산으로 잡아 놓은 5억 원이 당연히 지원될 것으로 믿었다가 낭패를 보게 되자 이같은 절차를 밟게 됐다. 야구협은 국민체육진흥공단에 ‘지원 불가’ 이유를 물었으나 답변은 야구협의 불찰이라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진흥공단에서는 이미 지난 연말 야구협에 지원금을 줄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리고 올해 초 진흥공단 홈페이지에 공지했다며 지난 2년간 제공했던 ‘유소년 야구 육성기금’을 지원할 수 없음을 거듭 확인했다. 야구협 고위 관계자는 “2006년 4월 지원금을 신청하라고 해서 공문으로 신청했다. 2년간 매년 10월쯤에 기금이 나왔기에 올해도 별 문제 없이 기금이 지원되는 것으로 알았다”면서 “갑작스럽게 기금 지원 불가를 확인하게 돼 난감하다. 기금 지원을 공문으로 신청하게 해 놓고 그에 따른 결과는 홈페이지에 공지하는 것으로 끝내고 나 몰라라 하는 것이 도저히 납득이 안된다”며 진흥공단의 편의적인 행정을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또 “공단에서는 기금지원 대상 경기단체에는 통보를 해줬지만 탈락한 단체에는 통보할 의무가 없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거세게 항의하니까 최근에 ‘고객만족 차원에서 앞으로는 탈락단체에도 고지하겠다’는 공문을 보내왔다”며 울분을 토했다. 진흥공단은 2004년 프로야구 스포츠토토를 시작하면서 지난 2년간 야구협에 지원금을 제공했다. 진흥공단은 스포츠토토 수익금 중 일부에서 한국야구위원회(KBO) 지원금과 야구협 지원금을 나눠줬다. 지난해 KBO에는 36억 원을 지원했고 야구협에는 5억 원을 지원했다. 2년 전 첫 해에는 야구협에 10억 원을 지원했다. 야구협은 이 지원금으로 유소년 대회를 개최한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KBO와 야구협 지원금이 중복된다면서 야구협 지원금을 아무런 통보도 없이 중단했다. 야구협 관계자는 “야구로 발생한 수익을 야구 발전을 위해 쓰는 것은 당연하다. KBO와 야구협은 분명히 다른 기구”라며 지원금 중단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진흥공단에서는 기금 지원이 중단된 다른 경기단체는 이미 내용을 알았다고 핑계를 댄다. 일일이 진흥공단 홈페이지를 쳐다보지 못한 우리 실수라지만 매년 나오던 지원금인데 중단됐다는 공문 한 장 없이 안나오는 경우가 어디 있냐”며 열을 냈다. 수억 원씩 하는 큰 돈이 오가는 중대사안을 공문도 없이 사전에 알려주지도 않은 홈페이지에 공지했다고 발을 빼는 진흥공단의 처사를 강하게 비난했다. 지난 21일 오후 이 문제와 관련한 답변을 듣기 위해 진흥공단 관련부서 책임자와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추석귀향을 위해 일찍 퇴근했다’는 말만 들어야 했다. 진흥공단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치르면서 조성된 잉여금으로 체육발전을 위해 출범한 공기업으로 현재 스포츠토토, 경륜, 경정 등을 운영하는 거대조직이다. ‘고객만족경영’을 모토로 한다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의 행정 편의주에 낙담한 대한야구협회가 문광부 등 상부기관을 통한 호소로 잃어버린 5억 원을 되찾게 될지 주목된다. sun@osen.co.kr 스포츠토토 수익금 중 일부로 지원된 유소년 육성기금으로 치른 지난해 KBO총재배 전국 유소년야구 대회. 올해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지원 중단으로 대회 경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