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돌핀스타디움(마이애미), 김형태 특파원] '아홉수'에 걸린 것일까. 김병현(28.플로리다 말린스)이 개인 첫 10승을 눈앞에 두고 3번 연속 '미역국'을 먹어 팬들의 아쉬움을 사고 있다. 김병현은 지난 8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서 시즌 9승째를 거두며 승승장구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플로리다로 복귀한 뒤 내리 3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박찬호(34) 이후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로 단일 시즌 두자릿 수 승리에 대한 기대감을 드높였다. 하지만 9승을 달성한 후 김병현은 갑자기 페이스가 떨어진 느낌을 주고 있다. 13일 워싱턴전서 승리 투수 자격에 아웃카운트 1개를 남겨놓고 홈런 2방을 연달아 허용해 승리를 날리더니 최근 2경기에선 난타를 당하며 한창 좋았을 때의 모습을 잃었다. 특히 18일 애틀랜타전에선 4이닝 동안 무려 9실점을 기록해 개인 한 경기 최다실점 기록을 경신하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김병현의 갑작스런 부진의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시즌 종료를 눈앞에 두고 아무래도 컨디션이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1년에 162경기를 치르는 대장정의 끝을 앞두고 피로가 쌓인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김병현은 잘 던지다가도 중요한 승부처에서 집중력을 잃는 경우가 자주 보인다. 23일 뉴욕 메츠전에서도 이 같은 모습은 재현됐다. 0-2로 뒤진 4회 볼넷과 사구로 주자를 모아둔 뒤 타격이 약한 라몬 카스트로에게 좌월 대형 스리런홈런을 허용한 것이 좋은 예다. 이는 단순한 실투의 결과도로 볼 수 있지만 아무래도 기나긴 시즌을 힘겹게 치러온 끝에 나타나는 피로에 의한 집중력 약화에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올 시즌 3차레나 이적을 경험한 것도 피로도가 높아진 요인으로 꼽힌다. 김병현은 승리를 따내지 못한 최근 3경기에서 2패와 함께 방어율 10.44(14⅔이닝 17자책)에 그치고 있다. 이제 김병현에게 남은 기회는 단 한 번. 일정상 오는 28일 시카고 컵스와의 홈경기 또는 29일 셰이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메츠전이다. 플로리다는 25일 경기가 없어 정확한 등판일은 유동적이다. 구단 공식 발표를 기다려봐야 한다. 평소처럼 4일 휴식 뒤 5일째 등판할 경우 28일, 플로리다가 5인 로테이션을 풀로 가동한다면 29일 경기가 유력하다. 장소와 상대팀은 바뀔 수 있지만 김병현에게는 딱 한 번의 기회만 남아 있을 뿐이다. 김병현이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아홉수 징크스를 훌훌 털고 오랫동안 기다렸던 10승을 달성할지 지켜볼 일이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