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렬호' 삼성, 새로운 시험대 눈앞
OSEN 기자
발행 2007.09.23 09: 58

[OSEN=이상학 객원기자] 선동렬 감독이 사령탑으로 부임한 2005년부터 삼성의 가을은 쫓김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쫓김의 결과는 꽃보다 아름다운 우승이라는 결과물이었다. 2005, 2006년 모두 시즌 중반부터 독주 체제를 굳혔으나 2년 연속으로 시즌 막판 추월의 위기를 겪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막판에는 2위 현대에 거의 따라잡혀 초조함이 극에 달했다. 하지만 언제나 승자는 삼성이었고 그 기세는 한국시리즈에도 이어져 2년 연속 통합 우승이라는 대업을 이룩했다. 그러나 선동렬 감독 부임 3년째인 올 가을 삼성은 쫓김에 시달리는 것이 아니라 쫓느라 정신없다. 예년 같았으면 지금쯤 순위표 맨 꼭대기는 삼성의 차지여야 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우승의 여파 탓인지 올 시즌 삼성은 야수진의 더딘 세대 교체와 에이스 배영수의 부재로 고전을 거듭했다. 특히 전반기를 5위로 마친 것은 삼성의 암흑기라 할 수 있는 1996년 이후 11년 만의 일이었다. 승승장구하던 선동렬호 삼성에도 첫 실패가 찾아오는 듯싶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여름에 강한 삼성은 올 시즌 처음 신설된 서머리그에서 14승6패로 우승을 차지하며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전반기까지만 하더라도 냉동고 속 아이스처럼 꽁꽁 얼어붙었던 방망이에도 뒤늦게 불이 붙었다. 서머리그를 기점으로 두산과 한화가 하락세를 보이자 단독 선두 SK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팀으로 삼성이 부각되기도 했다. 선동렬호의 첫 실패는 커녕 ‘과연 선동렬’이라는 찬사가 다시 쏟아졌다. 그러나 2007시즌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삼성은 서머리그 이후 18경기에서 9승1무8패를 거두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선동렬 감독은 25차례나 희생번트를 댈 정도로 점수를 짜내 지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투타의 엇박자로 한 번도 리드를 잡지 못한 채 당한 완패가 3차례, 리드를 내주며 당한 역전패가 5차례였다. 특히 최근 4경기에서 한화·SK·두산 등 상위팀들에게 잇달아 발목이 잡히며 순위 다툼에서 위기를 맞았다. 무엇보다 지난 22일 잠실 두산전 패배가 시리도록 뼈아팠다. 올 시즌 최장시간(5시간 23분) 경기가 된 이날 두산전에서 삼성은 11회까지 가는 혈전을 치렀지만 6-7로 석패하며 사실상 2위가 물 건너가게 됐다. 선동렬 감독은 마치 한국시리즈를 방불케 하듯 올 시즌 가장 많은 9명의 투수를 투입했고, 마무리 오승환까지 올 시즌 가장 많은 2⅔이닝을 던지게 할 정도로 총력전을 벌이며 승리에 강한 의지를 보였으나 15차례의 득점권 찬스에서 11차례를 그냥 흘려보낸 팀 타선에 다시 한 번 발등을 찍히고 말았다. 이날 패배로 3위 삼성은 2위 두산과의 격차가 무려 4.0경기로 벌어졌다. 4위 한화와는 승차 없이 승률에서 1리 앞서고 있을 뿐이다. 시즌 내내 1위는 어렵더라도 2위를 차지해야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던 선동렬 감독의 철저한 계산에도 수정이 가해져야 할 판이다. 선동렬 감독도 이날 두산전 결과에 따라 2위를 포기할 수도 있음을 사전에 비친 바 있다. 결과적으로 경기를 패함으로써 선동렬호 삼성은 지난 2년간 경험하지 못한 준플레이오프부터 준비해야 할 입장이다. 선동렬호 삼성으로서는 낯설고 새로운 시험대를 눈앞에 두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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