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누구나 정상의 맨 꼭대기에 올라갈 수는 있다. 그러나 아무도 거기에 오래 머물도록 해주지는 않는다. 선동렬 감독 부임 후 2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1위에 한국시리즈 2연패까지 달성한 ‘최강 군단’ 삼성. 그러나 선동렬 감독 부임 3년째를 맞은 올 시즌은 예년 같지 않다. 페넌트레이스 전체 일정의 93.8%를 소화한 22일 현재 삼성은 3위(59승5무52패)에 랭크돼 있다. 지난 2년간 이맘때 매직넘버를 줄이는 데 애썼던 삼성은 그러나 올해는 2위 두산과의 격차를 줄이는 데 힘써야 했다. 물론 지난 2년간 최정상의 자리를 지킨 삼성이다. 시즌 전 구단 안팎에서는 ‘4강만 가도 오케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게다가 아직 포스트시즌이 남아있어 삼성의 2007시즌을 총평하기에는 이르다. 하지만 지난 2년과 비교할 때 힘이 떨어진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 마운드 양극화 선동렬 감독이 수석코치로 부임한 2004년부터 삼성은 마운드의 팀으로 재탄생했다. 이듬해부터 선동렬 감독이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후 마운드는 최상위 클래스로 발돋움했다. 2005, 2006년 삼성은 팀 방어율에서 각각 3위(3.83)·2위(3.33)에 오르며 두터운 마운드를 자랑했다. 특히 2년 연속으로 팀 홀드에서 1위에 랭크되며 탄탄한 불펜을 과시했다. 홀드가 많다는 것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불펜이 매우 탄탄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올 시즌에도 삼성은 팀 방어율(3.56)·홀드(50개) 모두 3위에 오르며 적어도 리그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마운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마운드가 극단적인 양극화를 보였다는 것이 문제였다. 올 시즌 삼성의 불펜 방어율은 2.76으로 SK(2.60) 다음으로 좋다. 마무리투수 오승환이 중심이 된 불펜은 상대의 역전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삼성의 선발진 방어율은 4.19로 8개 구단 중 5위밖에 되지 않는다. 선발진 평균 투구이닝도 5이닝을 겨우 넘는 5.08이닝밖에 되지 않는다. 최하위 KIA(4.79이닝) 다음으로 나쁜 수치. 등판하는 그날이 이기는 경기라는 믿음을 심어줄 확실한 에이스가 없다는 점도 삼성에게는 큰 아킬레스건이다. 올 시즌 삼성은 8개 구단 중 유일하게 완투경기를 한 투수가 단 한 명도 없다. ▲ 극악의 타선 지난 2년간 페넌트레이스-한국시리즈 우승에도 불구하고 삼성 팬들의 마음 속 깊은 곳에는 과거 호쾌한 야구에 대한 그리움이 짙었다. 타선을 외면한 채 마운드 강화에만 몰두한 선동렬 감독을 지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년은 프로야구의 투고타저 흐름이 극에 달하던 시점이었다. 그 와중에도 삼성은 2년 연속 팀 득점에서 2위를 차지할 정도로 꽤 안정된 득점루트를 갖춘 팀이었다. 선동렬 야구에 불만을 가진 일부 삼성 팬들은 쉴 새 없이 폭발적인 장타력을 과시한 과거의 타고투저 시대를 그리워했을지도 모른다. 투고타저 시대의 선동렬호 삼성은 지난 2년간 팀 홈런은 4·6위, 팀 장타율도 2년 연속 4위에 그쳤다. 하지만 올 시즌 삼성은 장타력을 회복하지 못한 채 기존의 안정된 득점루트마저 무너졌다. 2년 연속 2위를 마크했던 팀 득점은 뒤에서 2위, 즉 7위(464점)가 되고 말았다. 경기당 평균 4.03점을 내는 데 만족하고 있다. 팀 타율은 7위(0.254)지만 출루율(0.343)은 3위로 여전히 상위권이다. 3년 연속 1위가 유력한 팀 볼넷(475개) 덕분이다. 그러나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결정력이 크게 떨어졌다. 삼성의 득점권 타율은 8개 구단 중 최하위(0.238)다. 게다가 팀 OPS도 지난 2년간 각각 3·4위였지만 올해는 6위(0.710)로 하락했다. 심정수(27개)·양준혁(21개)이 나란히 20홈런을 돌파하며 파괴력이 어느 정도 회복됐으나 톱니바퀴처럼 딱딱 맞아떨어지는 유기성이 예년만 못하다는 지적이다. ▲ 포스트시즌은? 2위 두산과의 격차가 어느덧 4경기로 벌어진 삼성은 이제 서서히 준플레이오프 준비 체제를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지만 현실적으로 남은 11경기에서 4경기 차를 극복하기란 불가능한 게 사실. 무리한 2위 도전이 자칫 포스트시즌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 누구보다 앞을 잘 내다보고 계산적으로 팀을 운용하는 선동렬 감독인 만큼 이제 삼성의 포커스는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되는 포스트시즌으로 향할 것이 확실시된다. 선동렬 감독 역시 지난 22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이 경기 결과에 따라 팀 방향을 달리하겠다는 의사를 비친 바 있다. 삼성으로서는 지난 2년과 달리 단계를 거쳐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확실한 에이스가 없다는 것이 이럴 때 아쉽다. 3일 쉬고 등판하는 포스트시즌 등판 간격은 선발투수들에게도 불리하지만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상시 대기를 해야 하는 불펜에 오히려 과부하가 걸릴 가능성이 높다. 불펜 의존도가 높은 삼성이라면 더욱 우려되는 대목이다. 또 결정적으로 팀 타선이 다시 발목을 잡지 않을까 우려된다. 선동렬 감독의 가장 큰 고민이다. 4번 심정수라는 대포가 있다는 것이 지난해보다 나아진 사정이지만, 그 심정수에게 발등을 찍힐 수도 있다는 것이 위험요소다. 이래저래 선동렬호 삼성에게 3연패를 향한 2007시즌은 구불구불한 비포장도로를 지나는 것처럼 험준함의 연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