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이 끌고 가는 연예계, 그 명과 암
OSEN 기자
발행 2007.09.23 13: 49

과연 인터넷 세상이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1위’, ‘국내 가수 검색순위 1위’, ‘한주간 미니 홈피 검색어 1위’ 등등. 인터넷 검색어 순위가 연예인의 인기 척도처럼 쓰이고 있다. 각종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순위에서 1위를 달리게 되면 해당 연예인의 인지도는 기하 급수적으로 올라간다.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신인이라도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1위에 오르게 되면 돌연 스타로 변해 그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다. 온라인의 인기가 오프라인까지 영향을 끼쳐 각종 방송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입지를 다지게 된다. 소위 ‘뜨려면 인터넷을 움직여라’는 말이 요즘 연예가의 진리다. 라디오나 TV 프로그램 진행자들은 해당 프로그램이나 게스트로 출연한 연기자들을 ‘실시간 검색어 1위로 만들어 달라’고 유도하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특정 청취자나 시청자들이 포털 사이트에 키워드를 입력하게 될 경우, 해당 프로그램의 인지도도 올라가고 특정 게스트 또한 덩달아 화제가 된다. 특히, 초대하기 힘든 연예인을 게스트로 모시기 위해서 청취자들을 동원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하하가 자신의 라디오 프로그램 ‘텐텐클럽’에서 영화배우 정재영을 게스트로 초대하는데 청취자의 힘을 빌렸다. '정재영♡하하'를 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로 등극시키며 일을 성사시켰다. 청취자들의 도움으로 쉽게 영화배우 정재영을 초대한 셈이다. 발로 뛰는 캐스팅이 아닌 온라인의 힘, 즉 네티즌의 힘을 빌렸다. 가수들에게 포털 사이트의 영향은 지대하다. 온라인에서 음반을 선 공개하고 네티즌의 반응을 확인하는 척도가 바로 검색어 순위다. 포털 사이트에서 가수 이름과 타이틀 곡이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오르는 것은 음반활동의 성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타이틀 곡이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할 경우 해당 음원의 노출이 용이해 지고 바로 온라인에서 그 음원을 사서 듣게 되는 순환고리가 만들어 진다. 특히 신인 가수의 경우 온라인으로 음원을 풀고 여론몰이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실패하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실시간 검색어 1위’가 정확한 여론의 지표가 되기는 힘들다. 실시간으로 몇 초단위로 검색어가 바뀌며 키워드가 수시로 변한다. 말 그대로 잠깐의 화제의 인물일 수 있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사에서 언론사로 보내는 보도자료에는 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지나치게 이용한 홍보용 보도자료를 뿌린다. ‘실시간 검색어 1위’, ‘해당 연예인의 홈페이지 서버다운’, ‘홈쇼핑 네티즌 폭주’ 등의 문구로 자료를 보내고 또 그대로 기사화 되는 일도 빈번하다. 그런 보도자료의 기사화는 또 다시 그 연예인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일조한다. 연예인을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작위적으로 올려 놓는 방법도 있어 문제가 된다. 예를 들면, 최근 팬클럽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생일이 되면 기막힌 선물을 준비한다. 같은 시간에 동시에 접속해서 해당 연예인의 이름을 검색어 키워드에 집중적으로 타이핑한다. 그 결과로 실시간 검색어 1위를 만들어 생일선물로 선사한다. 광적인 팬들의 경우, 포털의 순위를 쉽게 조작할 수 있는 시간대인 새벽에 집중적으로 동시 접속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등극시키는 치밀한 노력도 펼친다. 화제의 인물이 아닐지라도 마니아 팬들에 의해 10위권 안의 순위에 올려 놓는 경우도 빈번하다. 그럴 경우 어떤 목적이 없이 순수하게 인터넷 서핑을 하며 포털 뉴스를 보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른 연예인 이름을 보게 되고 클릭도 하게 된다. 한번의 클릭으로 연예인의 홍보효과는 더욱 커지게 된다. 포털 사이트를 이용한 여론몰이는 갈수록 그 세를 확장해 가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뒤에 숨은 특정 이익집단의 검은 그림자 또한 포털을 움직일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crystal@osen.co.kr 최근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한 연예인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태왕사신기’의 이다희, ‘아이엠 샘’의 반소영, ‘미로밴드’의 미로 서동천, 그리고 ‘정재영♡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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