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보낸 아스날, '암흑시대'는 없다
OSEN 기자
발행 2007.09.23 14: 36

지난 16세기 잉글랜드는 헨리(Henry) 8세의 통치 아래 절대 왕정을 구축하고 나라를 크게 발전시켰다. 하지만 헨리 8세의 사후 메리 1세가 집권한 5년간은 종교 분쟁과 전쟁으로 크게 흔들렸다. 엘리자베스 1세가 집권할 때까지 잉글랜드는 힘든 시기를 보냈다. 올 시즌이 시작되기 전 많은 이들은 북런던을 연고로 둔 아스날이 메리 1세 당시 잉글랜드와 비슷한 모습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바로 아스날의 '킹(King)' 티에리 앙리(Henry)가 팀을 떠났기 때문이다. AS 모나코와 유벤투스를 거쳐 1999년 아스날에 안착한 앙리는 369경기에 나와 226골, 82도움을 기록했다. 이런 수치가 말해주듯 앙리는 아스날의 아이콘이자 핵심 선수였고 팬들과 동료 선수들에게 심리적 지주와 같았다. 하지만 '킹 앙리'가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스날은 무너지지 않았다. 암울한 시대를 맞기는 커녕 오히려 6전 5승 1무를 기록하며 리그 1위를 달리며 찬란한 시대를 열고 있다. 헨리 시대에 이은 메리 1세의 암흑기가 아닌 엘리자베스 1세의 전성기가 찾아온 것이다. 그렇다면 아스날이 암흑기 없이 좋은 역량을 보이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아르센 웽거 감독이 있기 때문이다. 아르센 웽거 감독은 선수 육성에 관한 한 세계 최고라 할 수 있다. 웽거 감독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유망주를 항상 물색한 뒤 데려온다. 여기에 가능성 있지만 팀에서 부진한 선수들을 데려와 새로운 선수로 만들어놓기도 한다. 그가 키운 선수로는 90년대 초반 라이베리아 출신으로 카메룬에서 활약하다 스카우트된 조지 웨아가 있으며 티에리 앙리, 파트리크 비에라, 니콜라 아넬카, 은완코 카누, 프레드릭 융베리 등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현재도 주전 멤버 중 많은 수가 웽거 감독이 만든 작품이라서 할 수 있다. 콜로 투레, 에보우에, 센데로스, 파브레가스, 플라미니, 클리시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아스날의 유스 시스템 속에 기술을 배웠고 지난 시즌 칼링컵을 통해 경험을 쌓았다. 이런 경험이 올 시즌 자신감과 함께 융합되면서 무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와 함께 말할 수 있는 이름이 바로 세스크 파브레가스다. 파브레가스는 23일(한국시간) 새벽 더비 카운티와의 경기에서 골을 넣으며 6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까지 중원에서 연결 고리 역할을 하던 그는 올시즌 들어 공격에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급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 특히 지난 20일 펼쳐진 세비야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3-0 승리를 이끈 파브레가스의 모습에서 '앙리의 시대' 는 가고 '세스크의 시대' 가 도래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웽거 감독의 리더십과 선수 육성, 그에 따른 파브레가스의 급성장으로 앙리 공백을 메우고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는 아스날. 과연 그들이 2003~2004 시즌 무패 우승의 신화를 다시 일구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bbadag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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