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빅리거 2호였던 우완 투수 조진호(32)가 재기의 꿈을 키우고 있다. 조진호는 9월 초부터 경북 경산 삼성 라이온즈 볼파크에서 훈련을 쌓으며 현역 복귀를 준비 중이다. 조진호는 2군 투수들과 함께 훈련 스케줄을 모두 소화하며 복귀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특히 직구 최고 구속 140km대 초반을 찍는 등 전성기 못지 않은 기량을 과시, 코칭스태프의 합격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태수 삼성 2군 감독은 '아직 몸이 안돼 있다. 영입 여부는 위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994년 전주고 졸업 당시 쌍방울에 지명된 조진호는 원광대 4학년 시절인 1998년 계약금 80만 달러를 받고 미국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했다. 그 해 7월 5일(한국시간) 등번호 61번을 단 조진호는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로 등판, 비록 5회에 솔로홈런 한방을 얻어맞긴 했지만 6이닝 동안 산발 6피안타로 호투, 한국인으로서는 박찬호에 이어 두 번째였던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아주 인상적인 투구를 했다. 조진호는 박찬호와 같은 배번 61번, 190㎝ 큰 키의 소유자로 두둑한 배짱, 날카로운 제구력 등을 갖춰 머지않아 박찬호의 뒤를 이을 유망주로 손꼽기에 손색 없어 보였다. 하지만 메이저리거로서 입지를 제대로 다지지 못하고 1998, 99년 두 시즌 동안 13경기에 등판해 2승6패, 방어율 6.52라는 초라한 성적만을 남긴 조진호는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던 2002년 8월, 야구선수로서의 이상향이었던 미국 무대를 등 뒤로 하고 귀국행 보따리를 쌌다. 한국으로 돌아와 계약금 1억 원과 연봉 1억 원에 SK 유니폼을 입은 조진호는 2003년 4승 5패(방어율 5.20)에 그치며 자존심을 구겼다. 그리고 2004년 11월 30일. 조진호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공시한 2005년도 보류선수 명단에 들어 있지 않았다. 대신 SK 와이번스가 내민 11명의 방출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병역 비리에 연루돼 8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그라운드를 등지게 된 것이다. 야구선수로서 기약할 수 없는 형편에 놓였던 조진호는 병역비리로 경찰에 조사받으러 가는 길에 “야구가 너무 하고 싶어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다 ”며 죄값을 달게 받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무대의 뒤로 사라진 바 있다. wha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