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스태프와 구단은 일찍 한국을 떠나도 좋다는 허락을 했다. 비행기 티켓도 10월 2일로 예약했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뛰면서 홈런왕을 따내겠다는 각오다. 현대 유니콘스 특급 용병 브룸바(33)의 얘기다. 김시진 감독과 프런트는 올 시즌 성적이 4강권에서 멀어지면서 순위 경쟁이 의미가 없어지자 브룸바에게 남은 경기에 상관없이 조기 출국을 허용했다. 현대 구단은 우천 연기로 인해 시즌 최종 경기를 10월 5일 치르게 된 추가 일정이 나오기 전에 브룸바에게는 10월 2일 출국을 허락했던 것이다. 그러나 브룸바는 단호하게 조기 출국을 거절했다. 아직 한국 무대에서 해야할 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브룸바는 “팀원들과 함께 시즌 마무리를 다하고 홈런왕을 따고 가겠다”며 구단의 배려를 거부한 것이다. 지난 22일 수원 KIA전서 130m짜리 대형 장외홈런을 작렬, 6게임 만에 홈런포를 추가해 시즌 29호를 기록한 브룸바는 “최근 경기가 들쭉날쭉해서 좋은 경기감각 유지가 어렵다. 그래서 최근 홈런을 많이 못쳤다. 몇 게임 안남아 심리적으로도 2위와 간격을 벌이려 욕심을 내면서 잘 맞지 않았다. 주자 없는 상황에서는 의식적으로 홈런을 노리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 이대호도 이날 28호를 날려 홈런왕 경쟁이 치열한 것에 대해 브룸바는 “이대호든, 심정수든 계속 홈런을 쳐줘야 나도 자극이 된다. 그래야 경쟁이 돼 전체적으로 홈런수가 늘어날 것”이라며 “올해는 홈런왕이 꼭 되겠다”며 결의를 다졌다. 출국도 뒤로 미루고, 국내파와 경쟁을 즐기고 있는 브룸바는 2004년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브룸바는 2004년 수위타자와 함께 홈런왕을 눈앞에 뒀다가 SK 포수 박경완에게 한 개차로 뒤져 2위에 머문 아픈 기억이 있다. 브룸바가 33개, 박경완이 34개였다. 홈런왕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는 브룸바가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할 것인지 지켜볼 만하다. sun@osen.co.kr 지난 7월 올스타전서 홈런상을 받고 있는 브룸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