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객원기자] 대전구장 입구 외벽에는 큼지막한 걸개사진들이 질서정연하게 걸려있어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화의 주축 선수들이 차례대로 나열된 걸개사진들 중 유독 눈에 띄는 사진이 있다. 나머지 사진들보다 족히 4배 정도 더 큰 대형 걸개사진이니 눈에 확 뜨일 수밖에 없다. 그것도 외벽의 가장 앞에 자리하고 있다. 경기장에 들어서는 대전 팬들을 맞이하는 첫 사람이 바로 그다. 다름 아닌 ‘최고령 투수’ 송진우(41·한화)다. 그러나 대형 걸개사진에 어울리지 않게 올 시즌 활약 자체만을 놓고 볼 때 송진우는 실망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올 시즌 한 차례 선발등판 포함 39경기에서 29이닝을 던져 승없이 2패1세이브9홀드 방어율 4.97을 기록하는데 그치고 있다. 올 시즌 유일한 선발등판이었던 6월13일 SK와의 문학 원정경기에서는 2이닝 동안 홈런만 2방이나 맞으며 2이닝을 던지고 교체됐다. 선발투수로 뛰었다면 그의 600경기 출장은 조금 더 미뤄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을 찬바람이 불어오는 요즘, 송진우가 부활 기미를 보이고 있다. 송진우는 25일 삼성과의 대전 홈경기에서 7회 3번째 투수로 구원등판, 1⅔이닝을 동안 탈삼진만 4개를 잡아내는 위력투로 홀드를 따냈다. 7-4로 앞선 7회 1사 2루 상황에서 등판한 송진우는 첫 타자 양준혁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심정수와 박진만을 각각 파울플라이와 삼진으로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그리고 8회에는 김한수-이정식-김종훈을 차례로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다. 7회 박진만부터 4타자 연속 삼진. 김인식 감독이 “송진우가 특히 잘 던져줬다”고 칭찬할 정도로 구위나 코너워크가 좋아진 모습이었다. 경기 후 KBS N 스포츠와 가진 인터뷰에서 송진우는 “요즘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기 때문에 내 자신을 믿고 포수 신경현이 사인내는 대로 던졌다. 삼성 타자들이 역전을 당해 조급한 마음에 방망이가 빨리 나와 좋은 투구를 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중간계투 보직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자존심이 상한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나름 중간계투 보직에서 좋은 것을 배우고 있고 매력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상으로 인해 개인통산 승수가 ‘201’에서 정지된 송진우는 당초 기대를 걸었던 3000이닝도 쉽지 않아졌다. 하지만 송진우는 “한 게임, 한 게임 마운드에서 최선을 다해 던지는 게 목표”라며 베테랑다운 각오를 다졌다. 마무리투수 구대성을 제외하면 불펜에 왼손 투수가 전무한 한화에서 송진우의 가치는 매우 크다. 좌타자 스페셜리스트로서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송진우의 25일 삼성전 호투가 더없이 반가운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