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에서 그 존재감조차 희미해져가던 영화가 올 추석연휴에 모처럼 활짝 웃었다. 긴 5일 연휴동안 지상파 3개 TV가 총력을 기울여 편성한 추석특집 프로에서 예능과 오락프로를 누르고 압승을 거둔 것이다. 21~25일 전파를 탄 추석특집 프로 가운데 시청률 1위는 김아중 주진모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미녀는 괴로워'가 차지했다. AGB닐슨 집계에 따르면 SBS에서 25일 방영한 이 영화는 21.3% 시청률로 동시간대 경쟁 프로들을 압도했다. 지난해말 개봉했던 '미녀는 괴로워'는 극장에서도 전국 700만명 가까운 관객을 불러들이며 흥행 대박을 쳤다. 2위는 톰 크루즈 주연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우주전쟁'이 차지했다. 역시 SBS에서 23일 방영했으며 13.9%의 시청률. 3위는 23일 SBS 추석특집 도전 1000곡 1부로 13.5%였다. 이로써 추석특집 프로 전체 시청률 1~3위를 SBS가 독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어 4~6위는 모두 영화의 몫으로 돌아갔다. 4위는 허영만의 동명 베스트셀러 만화를 원작으로 한 '타짜'로 KBS2에서 24일 내보내 12% 시청율을 올렸다. 조승우 김혜수 백윤식 유해진 등 호화 캐스팅에 최동훈 감독의 연출로 탄생한 한국영화 수작. 지난해 추석 극장가에서 독주를 했던 영화다. 5위는 이완 맥그리거와 스칼렛 요한슨의 할리우드 SF물 '아일랜드'(SBS 22일) 11.8%, 6위는 조폭 코미디 '가문의 부활'(MBC 25일)로 11.3%를 각각 기록했다. 기대를 모았던 '미녀들의 수다'의 추석 특집인 '미남들의 수다'와 '상상플러스'는 8, 10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이로써 추석특집 영화 편성은 톱10 가운데 1,2위를 비롯 4~6위까지 5개를 랭크시키며 기세를 올렸다. 1990년대 중반 이후 홈시어터와 케이블 방송으로 영화 시청층이 몰리면서 주말의 명화, 명화극장 등 오랜 전통의 지상파 TV 영화프로들이 심야시간대로 쫓겨나거나 폐지되는 현실을 딛고 올 추석연휴 안방극장에서는 기지개를 활짝 편 셈이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