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문보령. 연극 ‘2007 관객모독 시즌2’의 히로인. 올해 5월 양동근이 연출을 맡아 눈길을 끌었던 ‘관객모독 시즌1’에 이어 기국서가 연출을 맡아 8월부터 ‘관객모독 시즌2’가 홍대 앞 한 클럽에서 펼쳐지고 있다. 이 무대의 여주인공으로 시원시원하게 뻗은 팔다리와 잘 훈련된 발성과 대사전달, 신인연기자라고는 믿기지 않는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는 인물이 있다. 바로 무대 위에 배우 A B C D 중 역할 C를 맡은 문보령이다.
기자 앞에 나타난 문보령은 시원시원한 미소로 상대를 압도했다. 그리고 걸걸한 목소리. 황보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털털한 성격.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잘생긴 이목구비. 예쁘면 새침할 것 같고 털털하고 성격 좋으면 외모에 하자가 있을 것도 같은데 다 허튼 소리다. 문보령은 다 갖췄다. 털털한 성격에 오목조목 빠지지 않는 외모.
연극 ‘관객모독’은 관객에게 직접 욕설을 하고 관객을 향해서 물세례를 끼얹는다. 보통의 연극과는 다른 공연예술로 관객과 배우의 경계가 없는 파격적인 연극이다. 관객과의 소통에 대해 말해달라
‘관객모독’은 다른 연극과 달리 관객들과 호흡하는 부분이 크다. 스스로 희열을 느낄 때면 관객들도 함께 느끼고 호응해 준다. 그럴 때는 기운이 많이 나고 신이 난다. 욕을 하는 연극이라서 욕을 할 때는 그것 때문에 흥분하는 관객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발끈하시다가도 기분 좋게 집에 가신다. 내가 맡은 C라는 역할은 당차고 똑똑한 역할이다.
실제 성격도 C처럼 당당하고 거침없을 것 같다. 똑 부러지는 느낌이다.
가리는 것 없이 정말 털털하다. 황보랑 목소리가 비슷하다고 말을 많이 듣는다. 또,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한다. 예전에 술 취한 어떤 남자가 제 친구를 추군 댄 적이 있었다. 제 친구가 무서워서 어쩌지 못하고 있었는데 내가 언성을 좀 높여서 ‘아저씨 가시라구요’ 그런 적 있었다. 그런데 그 아저씨가 취해서 세 번을 다시 왔다. 소리를 빽 질렀다. 제 친구가 보다 못해서 저를 끌고 도망갔다. 욱하는 성질이 있어서 친구들이 잘못하거나 그래도 욱해서 ‘하지마’ 라고 분명해 한다.
‘관객모독’에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대본을 보고 영상을 봤다. 재미있을 것 같았다. 기국서 연출가가 저를 만나 ‘소감이 어떠냐’고 물었다. ‘너 할 수 있겠니’ 라고 했는데 제가 ‘재미있을 것 같다’고 하고 싶다고 했다. ‘관객모독’의 대본을 봤는데 극의 흐름이 다른 연극과 달랐다. 멜로면 멜로 이런 정형화된 흐름이 있는 게 아니라 독특했다. 다른 연극이랑 방식이 달랐다. 욕심이 생겼다. 막상 연습에 들어가니까 대사량이 많아 부담되기도 하고 대사가 입에 안 붙어 힘든 점도 있었지만 어려워 보일수록 더 욕심났다. ‘해봐야지’하는 생각이 컸다.
기국서 연출가에 대해 이야기 해달라. 연출하는 스타일이 어떤가 궁금하다.
욕을 많이 하신다. 선생님이 배우에게 지시한 부분에 있어서 잘 안 되면 화를 내고 욕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배우가 뭔가를 캐치했다고 하면 ‘자유야. 이거야!’라고 소리치며 어린아이처럼 굉장히 좋아하신다. 자유를 좋아하신다. 배우에게도 ‘자유가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선생님은 배우들을 억압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하고 싶은 데로 하게 두는 편이다. ‘관객모독’이라는 연극자체가 배우가 무대 위에서 정말 놀아야 하는 연극이다. 다른 연극에 비해 ‘자유가 있는 연극’이다.
연기활동을 언제부터 시작했는가.
고등학교 때 기회가 될 때마다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고등학교 때 ‘춘향이 선발대회’에 나갔다. 이다해 장신영이랑 한 방을 썼다. 그때는 이다해 어머니랑 저희 어머니끼리 서로 친해서 연락을 종종 하신 것 같다. 당시 춘향이 선발대회에 나왔던 친구들이 다 잘됐다. 이제 제 차례인 것 같다. 현재 단국대학교 연영과 2학년 휴학 중인데, 연기에 대한 욕심이 지금은 더 크다.
공백기간이 3년이라고 했다. 그 정도 시간이면 다른 직업을 찾기도 하고 연기자의 길을 걷는다는 것에 대해 회의감도 들었을 것 같다.
고등학교 때부터 이쪽 일을 해서 주위의 친구들을 보면 잘된 친구들도 있지만 시집간 친구들도 있고 다른 직업 선택한 사람도 많다. 저는 단 한번도 연기를 그만두고 다른 길을 가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3년이라는 공백기간 동안 부모님도 속상해하시고 ‘보령아 네가 연기하고 싶은 것은 알겠지만 차선책을 생각해보라’고 했지만 다른 것을 생각해 본적이 없다. 오디션 보러 가서 밥 한끼 못 먹고 10시간 기다려 본적도 있었지만 저는 그게 너무 좋았다. 한번도 힘들다고 생각해 본적 없다. 지금 좋은 기회가 와서 하고 싶은 연기 하고 있는 것이 행복하다.
좋아하는 이성에 나타나면 적극적일 것 같다.
마음이 있어도 고백해서 먼저 교제하자고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상대가 아닌 것 같으면 곱게 마음을 접는다. 정말 잡아야겠다고 하면 잡을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아직까지 그런 상대를 못 만나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제가 성격이 괄괄해서 남자로 보는 친구들이 많다. 처음에 관심을 갖다가도 실제 만나고 나면 제 성격 때문인지 홀딱 깨는 것 같다. 하지만 저의 모습을 다소곳하게 바꾸고 내숭을 떨어서 상대에게 어필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아닌 모습을 좋아한 사람이면 그 사이가 오래 갈수 있을까 싶다.
연기자로서 자신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제 자신이 예쁘다고 생각은 안 한다. 예쁜 친구들은 많다. 얼굴로 밀어붙일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다른 사람이 안 가진 제 목소리가 개성이 될 수 있다. 주위에서 선머슴아 같다고 걱정을 하기도 하는데 그런 단점을 장점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저만이 할 수 있는 연기력으로 승부하고 싶다.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대중들 앞에 설 것인가?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에서 연기할 기회가 더 자주 있을 것이다. 그때는 제 원래 성격 그대로의 당찬 연기나 팜므파탈적인 연기를 하고 싶다. 데뷔는 일찍 했는데 공백기가 길어서 좌절을 많이 했다. 욕심만 부린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지금은 다른 무엇보다 ‘관객모독’을 완벽히 해내는 것이 우선이다. 10월 27일이면 끝이 난다. ‘관객모독’ 잘 끝내고 다른 모습으로 곧 선보일 것이다. 뮤지컬 연극 영화 드라마, 무엇이든 다 배우고 경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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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준 기자 storkjoo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