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어난 외모와 실력을 겸비 '제2의 샤라포바'로 불리며 뭇 남성팬들을 사로잡는 마리아 키릴렌코(19, 러시아)가 국내 유일의 WTA(여자프로테니스)투어 2007 한솔코리아오픈 1회전을 통과했다. 26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WTA(여자프로테니스) 투어 한솔코리아 오픈 1회전에 나선 키릴렌코는 한국의 김소정을 1시간 46분 만에 2-0(7-5 6-3)으로 꺾고 2회전에 진출했다. 키릴렌코에게는 어려운 승부였다. 세계랭킹 29위와 519위에서 볼 수 있듯 키릴렌코의 일방적 우세가 예상됐던 경기였지만 한성희(중앙여고)와 이예라(한솔)가 차례로 탈락, 유일하게 남은 국내 선수인 김소정도 만만찮은 반격을 펼쳐 상대를 괴롭게 했다. 듀스까지 이어진 팽팽한 접전 끝에 힘겹게 1세트를 따낸 키릴렌코는 2세트 들어 조금 여유를 되찾았고, 이후 침착한 공략으로 체력적인 부담을 느낀 김소정을 제압하며 어렵사리 2회전에 오를 수 있었다. 총상금 14만5000달러가 걸린 이번 한솔 대회에 2006년에 이어 두번째로 참가하는 키릴렌코는 2005년 베이징 오픈과 2006년 두바이 오픈을 제패하는 등 뛰어난 외모에 걸맞는 실력을 자랑하는 테니스 스타. 이날 경기에서 시속 200km가 넘는 강서브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 막상 드러난 경기력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실수가 잦았고,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오히려 김소정의 플레이가 빛을 발할 정도였다. 그러나 테니스 팬들에게 더 실망을 안긴 것은 세계적인 미녀 스타의 매너였다. 경기가 뜻대로 잘 풀리지 않자 라켓을 집어던지는 등 분을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 것까지는 좋았지만 승리가 확정된 이후에도 팬들의 사인 공세를 거절하는 행동으로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물론 사인을 하고 안하는 것은 선수 개인의 자유. 그러나 불과 하루 전 아디다스 팬 사인회에서 활짝 웃으며 행사를 치렀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에 팬들은 실망을 안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테니스 코트를 찾은 김수형(26, 대학생) 씨는 "키릴렌코의 모습을 보러 일부러 일산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경기도 별로였고 매너도 좋지 않아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키릴렌코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기분이 좋아보이지 않는다'는 물음에 "행복했다. 사인을 거절한 것은 빨리 샤워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엉뚱한 대답을 남겼다. 단지 샤워를 하고 싶어 사인을 거절한 키릴렌코는 이날 한국 테니스 팬들의 소중한 사랑을 잃었다. yoshike3@osen.co.kr
